11일 오전 서강대 국제대학원 다산관 402호 강의실. 50명이 정원인 이곳에 250여명의 학생들이 발디딜 틈없이 들어서서 강의의 맥을 놓치지 않기위해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었다. 강사는 다름아닌 휴버트 나이스 국제통화기금(IMF) 아시아·태평양지역 담당 국장.이날 세미나는 본래 대학원생 30명만 참여하는 특강형식으로 열릴 예정이었으나 200여명의 학부생들이 강의실에 장사진을 이루면서 급기야 공개 세미나로 변했다. 나이스국장은 100분간 시종 영어로 진행된 세미나에서 쏟아지는 질문, 재질문에 답변하느라 진땀을 흘렸다. 나이스 국장을 가장 곤혹하게 만든 부분은 IMF체제의 책임소재를 추궁하는 듯한 질문들. 『멕시코등 남미국가들과 경제여건이 다른 우리나라에 이들 국가와 동일한 고금리 정책을 적용하는 IMF의 처방이 너무 가혹한 것은 아닌가』 『미국과 일본을 대신해 수입선 다변화 문제까지 IMF가 요구한 것은 지나치지 않은가』
나이스국장은 자칫 「오해의 소지」가 있을 법한 민감한 질문까지 땀을 씻어내며 최선을 다해 설명하려는 모습이었다. 그는 『한국의 최근 금리는 지난해말과 비교할때 점진적인 하향조정이 이뤄졌는데 그 평가가 너무 인색하다』고 아쉬운 표정을 짓기도 했다. 이같은 모습을 지켜본 여학생은 『나이스국장은 한국에 일방적으로 모든것을 요구하는 「IMF 총독」이라는 인상과 달리 이웃집 아저씨처럼 가깝게 느껴졌다』고 말했다.
세미나가 끝난 후 나이스 국장은 땀으로 흠뻑젖은 얼굴을 다시 한번 닦아내며 『한국 젊은이들과 만나보니 한국이 앞날에 대해 자신감을 가질 만하다』고 말했다. 이번 IMF대표단은 『콜라를 팔러 온 게 아니다』라고 밝힐 정도로 당초 자신들에 대한 한국인들의 시각을 부담스러워 했었다. 이날 세미나에서 양측이 보인 「열의」는 그래도 우리에게 아직 희망이 있음을 확인해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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