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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지불능력’ 의심받고 있다/국내은행 신용도 왜 하락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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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지불능력’ 의심받고 있다/국내은행 신용도 왜 하락했나

입력
1998.05.1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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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이후 채권·주식투자 순유출로 돌아서/노동불안·경제 불확실성·규제가 3대주범/돈떼일 염려 증폭… ‘후순위채’ 신용추락국제신용평가기관인 무디스사가 19개 국내은행에 대한 신용등급 무더기로 하향조정,「정크본드(투자부적격채권)」탈출이 기대되던 한국의 국가신인도가 또다시 동요하고 있다. 국제금융시장에서 한국의 신용잣대가 되는 외평채 수익률 가산금리(미재무부채권에 연동)는 발행당시 3.35%였으나 무디스 발표직후 3.95%로 0.4%포인트나 급등(채권가격하락)했다.

정부와 금융계 일각에선 『환란(換亂)때보다 여건이 나아졌는데도 은행신인도를 추락시킨 무디스를 이해할수 없다』며 불만을 표출하지만 외국인들이 한국을 보는 부정적 시각을 반영한 것임은 부인할 수 없다.

■발돌리는 외국인들 국내에선 무디스의 조치를 갑작스러운 것으로 받아들이지만 징후는 이미 발견됐다. 외국인투자자문을 담당하는 모법률사무소 관계자는 『4월 중순부터 외국인 국내투자상담이 격감, 지금은 거의 발길이 끊어진 상태』라며 『이들은 투자를 주저하는 이유로 불안한 노동문제, 경제적 불확실성, 잔존규제 등을 꼽고 있다』고 말했다.

외국인 이탈기류는 증시에서 확인된다. 3월까지 꾸준히 늘어나던 외국인채권투자는 지난달 3억2,900만달러의 순유출을 기록한데 이어 이달에도 5,800만달러(7일 현재)나 빠져나갔다. 순유입이 계속되던 주식투자자금도 이달 100만달러(7일 현재)의 순유출로 돌아섰다. 모건스탠리는 최근 『한국등 아시아국가들이 또다시 통화가치하락 압력을 받고 있으며 이는 작년말의 일시적 유동성위기와는 다른 지불능력위기』라고 지적했다.

■지불능력의 평가 한 시중은행 외자담당자는 『무디스가 은행들의 「후순위채(Subordinated Debt)」신용등급을 대거 추락시킨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후순위채란 파산으로 「빚잔치」를 할 경우 지급우선순위가 가장 뒤로 밀리는 채권. 그는 『후순위채 등급강등은 곧 국내은행들이 청산사태를 맞을 경우 남는 자산이 거의 없다고 판단한다는 뜻』이라며 『외국인들은 국내은행들의 지불능력을 의심하고 있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국가신인도 하락의 전조인가 재경부 관계자는 『은행신인도 추락이 국가신인도하락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은행의 부실은 기업 부실에서 비롯됐고 금융과 기업이 부실하다면 결국 국가경제 전체가 부실한 것이기 때문에 한국의 국가신용등급동향과 결코 무관할 수 없는 것이다. 따라서 무디스의 이번 조치가 즉각 국가신용등급 하락으로 이어지지는 않더라도 최소한 상승을 상당기간 가로막게 될 것으로 보인다.

최근 노동계 시위사태로 『2∼3년안에 한국의 신용등급이 회복되기는 어렵다』고 밝힌 S&P측은 11일 재경부를 방문한 자리에서 『한국의 구조조정이 좀더 빠르게 이뤄지길 바란다』는 입장을 전달했다. 노사안정과 함께 가급적 이른 시일안에 몇개의 부실은행이 문을 닫고, 몇개의 부실재벌그룹이 쓰러지는 「가시적 구조조정성과」를 보여줘야만 최소한 국가신용등급의 추가하락을 면할수 있을 것이란 얘기다.<이성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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