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닭싸움·미역감기·참외서리 등 놀기바빴던 어린이 4총사 통해 꾀죄죄한 기억 아름답게 떠올려『상태가 제일 먼저 토끼굴을 찾았습니다. 다른 아이들이 재빠르게 나뭇잎을 모으고 성냥과 종이를 꺼내 불을 지폈습니다…. 「토끼다!」 「잡아라!」 아이들은 잡을 뻔했던 토끼가 못내 아쉬웠습니다. 그런데…다가오던 상태와 두남이도 얼음처럼 굳어 버렸습니다. 시커먼 산돼지가 코를 벌름거리며 노려보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으아아아아아아아아!」 아이들은 정신없이 줄행랑을 쳤습니다』(가을이야기 「토끼골에서 만난 미련퉁이 산돼지」중에서).
그림동화작가 백명식(35)씨가 쓰고 그린 「울 엄마 아빠 어렸을 적에…」 시리즈(전4권)는 그 엄마 아빠조차 가물가물한 어린 시절 풍경을 되살려낸다. 배경은 너나없이 가난했던 60년대 한 시골마을. 상태 봉삼 두남 점순이 4총사는 우당탕탕 대소동을 벌이며 해지는 줄 모르고 놀기 바쁘다. 닭싸움, 토끼굴 찾기, 미역감기, 처음 통지표 받던 날, 송아지 누렁이 잃어버린 일, 우리에서 도망친 새끼돼지 몰던 일, 참새 잡아 구워 먹고 참외서리 하던 일 등등.
봄(「새끼돼지와 우리 친구 순둥이」), 여름(「누렁이를 잡아간 여우골 도깨비」), 가을, 겨울(「눈 내리는 밤에 나타난 참새귀신」)의 이야기마다 미류나무 줄지은 시냇가를 달려가는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묻어 나온다.
작품의 배경은 작가가 나고 자란 강화도. 『작품에 나오는 「똥바위」 「혈구산」은 진짜 있는 지명입니다. 배경을 그릴 때도 다시 현장에 가서 사진을 찍어와 제 기억을 최대한 맞춰보는 식으로 했어요』
사실 그 시절 우리 모습이라야 궁상맞기 일쑤. 칙칙한 무채색 옷감에 콧물로 꼬질꼬질한 소매부터가 그랬다. 그러나 단순하지만 화사한 색감의 수채화가 꾀죄죄한 현실을 아름다운 추억으로 물들인다. 『화면 전체 분위기를 결정하는 하늘이나 숲과 같은 배경에 신경을 썼습니다. 우선 연필스케치 위에 큰 붓으로 물을 바르지요. 거기에 물에 탄 물감을 들이부었습니다. 색감이 어두운 부분에는 물감이 마르기 전에 다시 한번 부어 자연스럽게 음영이 이루어지게 합니다』
백씨는 「쌈지네 전래동화」 「둘리를 찾아라」등을 통해 한국적 일러스트의 가능성을 보여준 작가로 평가받고 있다. 여명출판사. 각권 6,000원.<이광일 기자>이광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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