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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민파워시대 오나”숨죽인 比/에스트라다 당선유력 우려半 기대半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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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민파워시대 오나”숨죽인 比/에스트라다 당선유력 우려半 기대半

입력
1998.05.1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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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박·여성편력·음주벽 등 잇단 자질시비 불구 빈민층 “우리사람” 압도 지지/재계·보수층선 ‘경제無知’ 걱정건국 50주년을 맞은 필리핀 대통령선거에서 「빈민의 대변인」을 자처해 온 3개 야당 연합후보 조셉 에스트라다 현 부통령의 당선이 확실시되자 필리핀 안팎에서 우려와 기대가 교차하고 있다.

에스트라다의 승리는 우선 대통령직 수행 능력보다는 대중적 후보의 인기 몰이식 집권이라는 점에서 우려를 불러 일으키고 있다. 대학중퇴 학력에 숱한 혼외정사와 도박, 음주벽 등으로 선거전 내내 도덕성과 자격시비에 휘말렸던 그가 압도적인 지지를 받은 것은 「자신들의 사람」을 말라카냥궁으로 보내고 싶어하는 빈민층의 간절한 희망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마닐라의 빈민가 출신으로 배우시절 주로 맡은 의적(義賊)의 이미지로 빈민의 인기를 얻는데 성공한 그는 유세기간중에도 줄곧 『가난한 농민과 도시 근로자의 생활 향상을 위한 정책에 주력하겠다』고 밝혀 기득권층에 억눌려 온 대중의 환호를 받았다.

「피플 파워」가 마르코스 전 대통령의 독재를 종식시켰다면 이번에는 「빈민 파워」가 스스로 『경제에 문외한』이라고 밝힌 영화배우 출신을 국정의 최고 책임자로 바꿔 놓은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에스트라다의 경력과 정치적 기반은 재계와 보수 기득권층의 반감을 불러 일으켜왔다. 피델 라모스 대통령은 『부적합한 인물을 대통령으로 뽑는다면 힘든 노동과 희생을 바탕으로 이룩한 필리핀 경제가 한꺼번에 붕괴될 것』이라며 에스트라다가 후계자로 적합하지 않다고 경고해 왔다. 『간통을 범한 사악한 인물이 당선된다면 그것은 시민사회의 패배이며 필리핀은 몰락의 위기를 맞을 것』이라는 필리핀의 정신적 지도자 하이메 신 추기경의 말도 그에 대한 지식인층의 심한 반감을 대변하고 있다.

재계는 『라모스 대통령이 상당한 성공을 거둔 경제개혁이 중도에 좌초할 수도 있다』는 우려를 공개적으로 피력해 왔다. 해외 투자자들도 필리핀 새정부가 아시아 경제위기 상황 아래에서 안정적으로 경제 정책을 운용해 나갈 능력이 있는 지 우려하고 있다. 실제로 「가난한 자를 위한 정부」를 내세운 에스트라다는 『국제통화기금(IMF) 프로그램중 좋은 것이면 수용하고 나쁜 것이면 거부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선거 막바지에 그의 당선 가능성이 높아지자 재계는 그를 지지하는 방향으로 입장을 바꾸고 있다. 필리핀은 라모스 대통령이 그동안 개방과 규제완화 정책을 꾸준히 전개하면서 경제안정의 기초를 잘 닦아 사실상 35년간의 IMF체제를 졸업하는 상황에 있다. 에스트라다 역시 기본적으로는 시장경제를 존중하며 라모스의 경제개혁을 따르겠다고 말한 바 있다. 또한 정치적으로도 에스트라다의 승리는 필리핀 민주주의를 한층 성숙시켜 국제신인도를 높일 계기가 될 것이란 기대도 있다. 이를 반영하듯 선거전의 마지막 주식 시장이 열린 8일 주가는 20포인트(1%) 오르는 안정세를 보였다.<김혁 기자>

◎에스트라다 주요약력

■1937년 마닐라의 슬럼가 톤도에서 출생 엔지니어 집안의 10남매중 8번째

■소년시절 낙제생으로 퇴학

■3류대학에서 토목학 전공, 자퇴

■영화배우로 활약

■의사인 부인과 여자관계로 별거후 재결합

■「필리핀의 우수한 젊은이 10명」에 선발

■72년 마닐라 교외 산 주앙시 시장 당선 15년간 재임

■87년 상원의원 당선

■92년 부통령 당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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