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나친 흡연·성대혹사·감기/성대결절·폴립·후두 유두종/성대마비·성대구증 등 원인 다양/위치상 관찰 힘들어 진단에 어려움/여성은 결절·남성은 폴립 빈도높아/흡연은 염증·암 유발 특히 해로워목소리가 없는 삶을 상상할 수 있을까. 일상생활에서 목소리가 차지하는 비중은 절대적이다. 특히 가수 교사등 목소리로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목소리는 생명과 같으며 이상이 생기면 치명적이다. 그런데도 목소리 이상을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경우가 많다. 선천적으로 목소리가 쉰 사람도 있지만 목이 쉰 것은 대부분 성대에 이상이 있다는 신호이므로 전문의의 진찰이 필요하다.
음성장애는 성대를 정확히 관찰해야만 진단할 수 있다. 그러나 성대관찰은 이비인후과 의사들에게도 쉬운 일이 아니다. 성대가 있는 후두는 혀뿌리 아래쪽의 목 한가운데 있고, 성대 위의 후두개(喉頭蓋)가 시야를 가리기 때문이다. 또 후두관찰을 위해 목 속에 기계를 넣으면 환자가 구역질을 해 정확한 진찰을 하기 어렵다. 성대 앞쪽을 볼 수 없는 경우도 많다. 만일 이 부위에 암이 자라고 있다면 그냥 지나치기 쉽고 염증으로 잘못 진단하는 경우도 종종 있다.
음성장애를 초래하는 질환은 매우 다양하다. 가장 흔한 것이 감기와 같은 염증성 질환이나 성대 혹사에 따른 결절이다. 성대는 부드러운 점막으로 덮여 있는 조직이어서 무리하게 사용하면 쉽게 손상된다. 응원을 하느라 짧은 시간내에 소리를 많이 지르고 나면 목소리가 제대로 안 나온다. 성대점막의 모세혈관이 터져 출혈이 생기거나 점막이 부어 성대진동에 장애가 생긴 것이다. 급성이면 목이 쉬는 증상만 보여 회복이 가능하지만 만성인 경우 음성치료를 받아야 한다. 수술이 필요한 경우도 있다.
어린이에겐 염증성 질환이나 비정상적으로 소리를 마구 질러 생기는 성대결절이 많다. 드물지만 선천성 기형, 후두 유두종같은 종양에 의해 음성장애가 생길 수도 있다. 성인은 직업과 관련된 음성질환이 많다. 장기간 무리하게 목을 사용하거나 감기에 걸렸는데도 불가피하게 발성을 해야 하는 사람들에게 흔하다. 성악가 목사 아나운서등에게 많은 성대결절이 대표적이다. 성대표면에 굳은 살과 같은 조직이 형성되는 성대결절은 음이 높은 여자에게 많은 편이다. 성대진동수가 남자보다 2배 이상 많아 발성을 할 때 양쪽 성대의 접촉빈도가 더 많기 때문이다. 남자에겐 용종이나 폴립이라고 불리는 비교적 큰 혹이 잘 생긴다.
결절은 적절한 휴식과 음성치료 및 발성훈련으로 호전되기도 하지만 잘 낫지 않으면 수술해야 한다. 폴립은 대개 수술로 치료한다. 성대수술은 전신마취를 하고 내시경을 후두에 삽입한 뒤 수술현미경으로 성대를 20∼40배로 확대해 관찰하면서 시행한다. 이 때 레이저를 사용하기도 한다. 하지만 결절이나 폴립은 미세수술기구를 이용하는 게 더 효과적이다. 유두종이나 암같은 종양은 출혈이 적은 레이저수술이 더 좋다. 레이저수술은 고온의 열을 내는 광선으로 조직을 자르거나 태우는 것으로 일반인들이 생각하는 것처럼 환상적인 기계는 아니다. 잘못 사용하면 부작용이 많다.
음성장애의 또 하나 중요한 원인은 담배다. 담배연기는 매우 건조해 기도점막에 나쁜 영향을 미치고 염증이나 암을 유발한다. 지나친 흡연으로 생기는 성대의 1차적인 변화는 부종이다. 성대점막의 심층부에 물이 고이는 현상으로 심하면 물주머니같이 늘어난다. 이 경우 성대점막을 째고 물을 빨아낸 후 늘어난 점막을 잘라줘야 한다. 그러나 성대의 정상회복이 어려운 경우가 많다.
성대마비도 심한 발성장애를 초래한다. 성대는 발성할 때 닫히고 호흡할 때 열려야 한다. 그러나 성대가 마비되면 발성시에도 닫히지 않아 내쉬는 공기가 성대를 진동시키지 못하고 한 순간에 빠져 나간다. 이 때문에 발성시간이 매우 짧고 목소리가 약하다. 성대마비의 가장 큰 원인은 폐질환이며 갑상선암이나 갑상선수술시의 손상도 중요한 원인이다.
성대마비에 따른 발성장애는 대부분 수술로 치료한다. 수술로 벌어져 있는 성대를 안쪽으로 밀어 넣고 고정시켜 주면 발성이 가능해진다. 그러나 고음이나 예민한 음정 처리에는 다소 불편이 남는다. 수술을 하지 않아도 반대편의 성대가 중앙을 넘어 마비된 성대까지 도달하는 경우가 있으므로 수술 전 충분한 관찰이 필요하다.
음성장애의 특이한 원인으로 성대발육이 불충분해 표면에 주름이 잡혀 있고 성대가 활처럼 휘어 있는 성대구증을 들 수 있다. 이 경우 발성을 할 때에도 성대가 완전히 닫히지 않아 진동이 잘 안된다. 교정이 매우 어렵다.
나이든 사람에서 자주 볼 수 있는 연축성 혹은 경련성 발성장애라는 것도 있다. 성대의 움직임과 관련된 중추신경계의 이상으로 성대근육에 비정상적인 긴장상태를 초래, 부드러운 발성이 되지 않고 소리가 주기적으로 끊어지며 힘들게 나오는 질환이다. 성대를 들여다 보면 정상으로 보이지만 발성을 할 때 주위 조직들의 경련성 운동을 동반하는 경우가 많다. 최근 성대근육을 마비시키는 보톨리늄이라는 독소주사법이 개발돼 효과를 보고 있다.<김광현 서울대의대 교수·서울대병원 음성클리닉>김광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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