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6년 한해 4,320억 발행/1인당 500원짜리 20장 산셈/당첨금 적은 즉석식보단 추첨식이 최근엔 인기가난한 주머니의 사람들을 사로 잡는 가장 매혹적인 사건의 하나는 복권이다. 손에 쥔 복권 한 장이 어느날 느닷없이 억만금을 안겨준다는 꿈을 꾸며 수많은 사람들이 복권 판매대를 기웃거린다.
복권은 불황과도 묘한 상관 관계가 있다. 생활고에 몰린 사람들은 손에 땀을 쥐고 복권의 숫자를 맞춰보기 마련. 공황기를 다룬 영화에서 범죄조직과 관련된 사설 복권업체들을 자주 볼 수 있는 것도 이런 탓이다.
하지만 불황기라고 복권이 늘 잘 팔리는 것은 아니다. 소득이 줄어든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성적인 소비행태를 보인다. 따라서 당첨의 행운을 안는다는 것이 거의 불가능한 상황에서 복권에 대한 구매 의욕도 줄어들게 된다.
복권업계에 따르면 올들어 3월말까지 국내 즉석식 복권 판매량은 4,691만장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8,209만장의 57%에 그쳤다. 추첨식 복권 판매량은 정확한 통계가 없지만 업계 관계자들은 예년과 비슷한 수준으로 보고 있다.
즉석식 복권 판매량이 유독 줄어드는 이유는 뭘까.
전문가들은 즉석식 복권의 단점 두 가지를 들고 있다. 먼저 현실적으로 최고 당첨금이 적다는 것. 추첨식 복권 한장의 최고 당첨금은 1억5,000만원이고 3장 세트로 구입하면 최고 당첨금이 4억∼5억원까지 올라간다. 하지만 즉석식 복권은 세트를 구입해도 당첨금 4,000만원이 고작이다.
또 한 가지 즉석식 복권은 복권을 손에 쥐고 가슴을 졸이며 기다리는 맛이 덜 하다. 주택복권을 대표로 하는 추첨식 복권은 매주 한 차례 당첨자를 발표하는데 비해 즉석식은 복권을 산 그 자리에서 결과를 알아 버린다. 살 때의 기대는 크지만 결과가 너무 쉽게 나오는 바람에 허탈함도 크다. 그래서 매력도 줄어든다.
92년 대전 엑스포를 기념해 나온 엑스포복권에서 시작된 즉석식 추첨은 발행 초기에 대단한 인기를 모았지만 판매는 계속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업계 관계자들은 이후 나온 대부분의 복권이 이런 형태를 따랐지만 기대에 못미치고 있다고 말했다.
96년 한해 발행된 복권은 모두 4,320억원 어치. 500원 복권 8억6,000장이 팔려 나갔다. 국민 1인당 평균 20장씩 복권을 산 셈이다. 이 가운데 당첨금 비용을 뺀 767억8,200만원이 정부 기금으로 조성됐다.
주택은행 복권사업부 관계자는 『복권은 공공사업 기금조성이 원래 목적인데도 구입자들이 너무 당첨금 타기에만 관심을 기울여 취지가 무색한 면이 적지 않다』고 말했다.<김범수 기자>김범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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