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중국의 ‘개혁혁명’/김진현 서울시립대 총장(火曜世評)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중국의 ‘개혁혁명’/김진현 서울시립대 총장(火曜世評)

입력
1998.05.12 00:00
0 0

중국의 변화는 참으로 대단하다. 감탄을 넘어 무섭다. 땅, 인구, 인종 많은 나라는 변화가 어렵고 늦는 법인데 지금 중국에서 벌어지고 있는 개혁 개방의 역문화(逆文化)혁명은 그 의지와 속도에서 아시아의 대형(大兄)이 될 만하다.중앙정부부처는 이미 반으로 줄였고 금년중 공무원의 수는 반, 국영기업종업원은 3분의 1을 줄이고 내년에는 지방정부로 개혁의 칼이 내려간다. 3개년 계획의 금융개혁은 아시아 경제위기로 더욱 박차를 가하고 있다. 과교흥국(科敎興國)을 국정목표로 교육과 과학기술의 개혁이 진행중이다(과학기술교육 공작소조장 주룽지·朱鎔基 총리, 부조장 리란칭·李嵐淸 부총리). 과학기술분야 인력의 청년화(세대교체), 연구의 전업화(특성화), 경쟁화, 상업화를 향한 개혁은 치열하다. 98년부터 3년간 3단계를 거쳐 전 과학원 연구인력은 모두 종신제에서 계약제로 바뀐다. 모든 연구소와 연구원은 평형(平衡)을 타파, 경쟁을 장려하고 국가는 우수연구를 중점지원한다. 그리하여 60년대 문화혁명에서 지식인 기술자 개방파들의 하방(下放)으로 20년 후퇴했었다면 놀고먹는 철밥통을 하강(下降)하고 경쟁력을 키워 21세기 세계대국으로 흥국(興國)의 길에 매진하고 있다.

서울국제포럼의 중국연구단은 5월6일부터 3일간 중국인민외교학회 초청으로 첸지천(錢基琛) 부총리, 탕자쉬안(唐家璇) 외교부장, 주리란(朱麗蘭) 과학기술부장, 셴취룽(湛取榮) 현대국제관계연구소장 및 사회과학원, 외경무(外經貿)부 인민은행 등의 요로들과 심층 대화를 나눴다. 대외정책도 실사구시(實事求是)이다. 비록 외환보유고 1,400억달러에 지속적 무역흑자국이지만 1인당 소득은 아주 낮은 「가난한 대국」이다. 중국은 일본과 한국 그리고 동남아 경제위기에서 철저히 배우는 것 같다. 21세기 세계최고경제대국, 중국 홍콩 대만 싱가포르를 합친 4,000억달러 외환보유 중화경제권등 추상적 논의에는 흥미를 보이지 않는다. 그러면서도 아시아 외환위기에서 인민폐를 평가절하하지 않겠다는 약속, 한국의 대중 무역흑자가 98년중 80억달러에 이를 것이고 한국의 반덤핑조사등으로 불만은 있으나 한국경제 위기를 돕기 위하여 대중수출 증가를 제재하지 않겠다는 약속을 다짐하고 있다. 만성적 대한무역흑자국인 일본과는 극명한 대조를 보인다.

역시 근대 이전 아시아의 유일한 국제질서였던 중화주의 외교의 잔영을 볼 수 있다. 물론 과연 중국의 대미(對美), 대유럽 무역흑자가 얼마나 지속될 수 있겠는지, 경제성장이나 실업증가 희생을 감내하며 대형 외교의 비용을 계속 지불할 수 있을지, 금융개혁 법치 권력분산이라는 체제적 「근본」개혁이 순조로울 수 있겠는지 하는 의문을 남을 수 밖에 없다. 그럼에도 감탄할 변화는 여러곳에서 보인다. 그 하나가 대한반도 정책이다. 한반도의 주연 플레이어는 남북한 쌍방이며 중국 미국등은 어디까지나 조연이어야 한다는 포괄적이면서도 명시적인 논리전개는 구체적 내용, 즉 통일 4자회담 주한미군문제등에서 많은 변화와 함의를 갖고 있다. 이 논리속에서 김대중(金大中)정부의 대북한 햇볕(陽光)정책에 대한 신뢰와 기대를 숨기지 않고 있다. 중국의 「전략적 동반자」 관계설정 외교에서 김대통령의 중국방문을 주목하게 하는 대목이기도 하다.

3월5일 제9기 전국인민대표대회의 정부사업보고 가운데는 높은 인구밀도, 부족한 자원, 환경모순등으로 과거 경제성장방식은 유지될 수 없다고 선언하고 있다. 그리하여 인구 자원 환경 경제발전간의 적정한 관계를 강조했다. 4년전까지만 해도 금기시됐던 환경논의가 활발하고 매일같이 환경관련 정책기사가 신문에 실리는 것을 보면 또 하나의 큰 변화, 개혁의지의 엄중함에 놀란다. 이제 우리가 중국에서 배울 차례이다.<베이징에서>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