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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6·4 고지를 향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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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6·4 고지를 향하여)

입력
1998.05.1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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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물論 ‘호각’ 양자구도가 ‘변수’/高 후보 신뢰성,崔 후보 추진력 평가 “긍정적 평준화”/DJP연합·환란공방등 정치쟁점이 큰영향 미칠듯『고건(高建) 그 사람 일 맡기면 안심할 수 있잖아요. 큰 소리만 치다 나라 망치는 사람보다 제대로 일을 해내는 사람이 필요한 때입니다』(이훈정·李薰貞·주부·47세)

『나라가 어려운 지금, 추진력있는 최병렬(崔秉烈)씨가 적임자 아닙니까. 한나라당은 싫지만 최병렬씨의 돌파력은 높이 사고 싶습니다』(손원영·孫元榮·회사원·38세)

서울시장 후보를 놓고 나오는 평론들이다. 시민들은 고건후보에 대해서는 행정능력과 신뢰성을, 최병렬후보에 대해서는 추진력과 장악력을 강점으로 꼽았다. 특히 두 후보 모두 나름대로 탄탄한 경력을 갖고 있어 업무능력에 의문을 제기하는 시민은 거의 없었다. 인터뷰에 응한 대다수 시민들은 『고건씨나 최병렬씨나 서울시를 이끌어가기에 크게 부족함이 없다고 본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아울러 두 후보가 서울시장을 역임했다는 사실도 우열의 차이를 좁히고 있다. 긍정적 평준화가 이루어지고 있는 셈이다.

인물론에서 차별화가 두드러지지 않을 경우 판세와 기류는 정치적 흐름과 맞물려 가기 마련이다. 여야 정권교체, DJP연합, 여소야대 등 정치구도의 변수들과 경제위기 환란공방 인사편중시비 등 정치쟁점들이 표심(票心)에 영향을 미치는 주요변수라는 얘기다.

현재 여론조사로만 보면, 아직 무응답층이 40%대이지만 응답층의 고후보 지지도는 최후보를 두배 이상 웃돌고 국민회의 지지도는 한나라당의 거의 세배이다. 이는 시민들이 일단 경제파탄 위기의 책임을 구여권, 즉 한나라당에 돌리고 있다는 해석을 가능케하고 있다. 아울러 한국 선거의 본질인 지역구도상 호남과 충청의 결합이 위력을 나타내고 있으며 고후보가 나름의 인물론으로 지역연합표와 「+알파」를 흡수하고 있다고 분석할 수 있다.

그러나 서울시장 선거가 여야 양자구도라는 점이 변수다. 실제 양자구도로 치러진 역대 선거가 거의 박빙의 접전으로 치러졌다는 사실은 판세를 섣불리 예단하지 못하게 하고 있다. 물론 전선(前線)이 현 정부의 국정운영을 놓고 형성되느냐, 아니면 과거 정권의 실정을 둘러싸고 형성되느냐에 따라 다르지만, 양자구도는 항상 선거 막판에 갈수록 접전양상을 띄어왔다.

『먹고 살기 힘든 판에 아무 관심 없소』라는 냉소적 반응이 적지않은 현실에서 결국 판세의 추이는 감춰진 민심이 어디로 쏠리느냐에 따라 판가름날 것이다. 아울러 전통적으로 야당 강세를 보여온 서울의 표심이 정권교체로 여야가 뒤바뀐 상황에서, 또 국가경제의 위기상황에서 어떤 정치성향을 보일 지도 판세가늠의 주요 포인트가 될 전망이다.<이영성·김병찬 기자>

◎후보검증 5 고건/10·26때 잠적않고 사태수습에 최선/환란과정 어떻든 총리로서 책임통감

­10·26과 5·17 당시 잠적했다는 얘기가 있는데.

『10·26때 정무 제2수석이었다. 효자동에서 저녁을 먹다가 청와대 연락을 받고 제일 먼저 달려갔다. 그후 3일 동안 밤을 새가면서 사태수습에 최선을 다했다. 현재 동작동 국립묘지에 보관중인 영구차의 조립 등 국장(國葬)업무를 맡아서 처리했다. 5·17땐 정무수석이었지만 신군부 주도의 비상계엄 확대를 모르고 있었다. 계엄확대에 반대했기에 임시 국무회의에 참석지 않았다. 이어 사표를 제출한후 집에 칩거하는 동안에 집권세력은 여러 경로를 통해 사퇴번의를 종용했으나 끝내 굽히지 않았다』

­그렇다면 5공 정권에서 장관을 맡은 이유는.

『신군부의 군정에 반대해 공직을 사퇴했고 그들은 국보위 기간중에도 현역 장성인 고모씨를 보내와 국보위 참여를 권유했으나 굽히지 않았다. 그러나 그후 국보위체제가 마감되고 헌정체제로 이행되면서 다시 나에게 새 정부가 참여를 요청, 전문행정가로 참여했다』

­6·10 항쟁 당시 내무장관인 고후보가 군 투입을 건의했다고 한나라당이 주장한 바 있다.

『경찰력으로 치안을 유지해야 한다는 점을 최우선 과제로 삼았다. 시위진압 과정에서 시민 피해를 최소화하려고 노력했다. 명동성당 시위에 경찰력을 투입하려는 청와대 방침에 강력히 반대, 결국 평화적으로 수습됐다. 이런 내가 군 투입을 건의했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며 당시 함께 일한 사람들이 다 안다』

­경제위기에 전 정권의 총리로서 책임이 있다는 지적에 대해.

『과정이 어떻든 총리로서 책임을 통감하며 국민께 죄송하다. 외환위기를 미리 예방하지 못한데 대해 한탄스럽게 생각한다. 그러나 총리가 내각을 총괄하기는 했지만 주요 경제정책 결정과정에 직접 참여하지 못해 온 것이 우리 정부의 오랜 관행이었다. 이번 경험을 교훈 삼아 앞으로는 총리가 경제문제를 포함한 정책 결정과정에 참여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

­시장 재직시절 실감할만한 업적이 없다는 지적이 있다.

『서울시 직원들은 「역대 최고의 시장」으로 평가하고 있다. 재임중 25% 국고보조를 이끌어내 지하철 5·6·7·8호선 공사를 확정, 착공한 일과 40㎞에 달하는 도심순환고속도로 공사를 시작한 일을 특별히 내세우고 싶다. 무엇보다 재임중 모든 공사를 공개경쟁에 부쳤고 계약서류 열람실도 두어 시정의 투명성을 제고하는등 많은 일을 했다고 자부한다』<이영성 기자>

◎재산중 20억은 社友村 땅값 오른것/‘삼풍’ 행정책임보다 도의적책임 느껴

­78년 현대아파트 특혜분양사건에 연루돼 재직중인 조선일보사로부터 직위해제, 대기발령을 받았는데.

『당시 현대건설 중역인 대학동기가 권유해 샀다. 나중에 문제가 됐다는 것을 알았고 엄청난 충격을 받았다. 그 사건은 나의 공직생활에 커다란 교훈이 됐고 이후 지금까지 깨끗하고 분명하게 처신했다. 당시 본의든 아니든 책임진다는 차원에서 징계를 자청, 직위해제나 대기발령이 아닌 한직으로 보직이 바뀌었다』

­재산이 31억4천만원이나 되는데 내역을 상세히 설명해달라.

『재산중 10억원은 아파트 예금과 선대로부터 물려받은 임야 등 통상적인 재산이다. 나머지 20억원은 부천 역곡동의 땅 200평이다. 74년 조선일보가 역곡동에 사우촌을 만들었고 나도 85명의 동료들과 함께 참여했다. 당시 평당 1만8천원이었으나 이 지역이 중심지가 되면서 공시지가로 1천만원이 됐다』

­94년 서울시장 재직시 단국대부지 풍치지구해제를 발표, 특혜 논란이 일었는데.

『당시 학교이전을 추진하던 단국대재단이 부지를 아파트업자에 팔면서 계약조건으로 중도금 지급때까지 풍치지구 해제를 책임지기로 한 모양이다. 큰 대학이 부도위기에 몰려 교외로 이전하려는데 이를 도와주는게 옳다고 보았다. 문제의 지역은 이미 건물이 가득 들어서 풍치지구 기능도 상실하고 있었다. 내가 모든 책임을 지기로 하고 해제해주도록 공개적으로 지시했다. 아파트업자가 계약조건을 포기, 일단락됐지만 지금도 해제결정이 옳았다고 생각한다』

­서울시장 때 삼풍백화점 사고가 났다. 최후보는 얼마전 「정치적 행정적 책임은 느끼지않고 도덕적 자책감을 갖고있다」고 말했는데.

『시장이 되기 이전에 모든 행정처리가 끝났고 직접적인 안전관리책임이 없는 개인소유 건물에서 일어난 사건에 대해 행정적 법률적 책임감을 느끼지 않았다. 그러나 죄없는 시민이 엄청나게 희생된 사건이라는 사실만으로도 엄청난 도의적 책임을 느꼈고 지금도 같은 심정이다』

­공보처장관때 KBS에 경찰력을 투입했고 노동장관 때 현장 반발이 거셌는데.

『당시 대통령이 임명한 KBS사장이 취임하지 못하는 상황이었다. 밤을 새워 KBS노조와 대화했으나 실패했다. 그렇다고 마냥 방치할 수도 없었다. 노동장관 시절 노사 공히 법을 어기는데 대해 정면 대응하려 노력했다. 노동현장의 질서를 잡으려했으며 지금도 후회하지 않는다』<이영성 기자>

□여야 서울시장후보 신상명세서

­국민회의 고건

나이 60세(1938. 1.2)

출생지 서울 종로구

학력 경기고,서울대 정치학과

주요경력 고시행정과(13회) 전남지사 청와대정무수석 교통·농수산·내무장관 12대의원 서울시장 명지대총장 국무총리

가족관계 조현숙(60)씨와 3남

병역 제1 보충역

공개재산 13억900여만원

종교 기독교

신장·몸무게 180㎝·77㎏

취미 바둑 데니스

강점 공직경력 화려, 행정능력, 전국적인지도

약점 환란당시 총리, 정권마다 기용

­한나라당 최병렬

나이 60세(1938. 9.16)

출생지 경남 산청

학력 부산고, 서울대 법대

주요경력 조선일보 편집국장 청와대 정무수석 공보처·노동부장관 서울시장 12·14·15대의원

가족관계 백영자(57)씨와 2남1녀

병역 육군 상병제대

공개재산 31억4,000여만원

종교 천주교

신장·몸무게 173㎝·75㎏

취미 등산

강점 추진력,주요 요직경험, 설득력

약점 한나라당의 경제실천 책임, 강성 이미지

□어록

<고건 후보>

『지금 서울에 양복입은 등산객, 낚시꾼이 늘어나고 있다. 심각한 실업문제를 고건식 뉴딜로 해결하겠다』(8일 올림픽 펜싱경기장 후보수락연설에서)

『대한민국은 준비된 대통령을 택했고 서울은 준비된 시장을 요구한다』(고건후보 홍보물에서)

『시민 가까이에 있는 시장이 되겠다. 시장이 되면 토요일은 만사 제쳐놓고 「시민과의 대화」의 날로 삼을 것이다』(후보수락 연설에서)

<최병렬 후보>

『여당은 싸구려 상품에 가짜상표 붙이듯이 시도지사 후보들의 당적을 마음대로 변경하는 상식 이하의 정치를 거리낌없이 행하고 있다』(4일 올림픽 펜싱경기장 후보추대대회 수락연설에서)

『낮게 살자』(좌우명)

『접시를 열심히 닦다가 접시를 깨면 내가 대신 책임진다. 그러나 접시 깰까봐 닦지않는 사람은 그냥 두지않겠다』(94년 서울시장 취임사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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