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내가 날 죽이려해요”/손숙-정경순이 풀어내는 눈물의 母女이야기영원한 어머니상 손숙씨, 결혼도 않고 선머슴처럼 사는 정경순씨가 처음 한 무대에 선다.
50대 후반이면서 아이같은 엄마(손숙)와 30대 중반의 불우한 딸(정경순)이다. 공연작은 임영웅 연출의 「엄마, 안녕…」(19일∼7월26일 소극장 산울림). 원제 「’Night, Mother」는 일상적이고 가벼운 잠자리 인사인데 이 말을 남기고 딸은 자살한다. 『내가 날 죽이려구 해요』라는 딸의 담담한 고백이 있고서야 비로소 모녀는 솔직한 대화를 나누게 된다.
엄마와 딸 사이는 그렇다. 친하면서 싸우고 위하면서 질투한다. 철부지 엄마 손숙씨는 간질병을 앓는 딸을 위로한답시고 아픈 곳을 긁는다. 정경순씨는 간질병으로 남편이 떠난다. 아들마저 문제아이고 사회관계도 폐쇄적이다. 삶의 의미를 잃은지 오래다. 「생을 끝내는 일」만이 인생에서 성공할 수 있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세 딸 부부가 모두 호주로 이민간 뒤끝이어선지 손숙씨는 연습 중 눈물이 많다. 『딸들이 내 건 줄 알았어요. 극중 대사처럼요. 딸들 방에 들어가면 저희들끼리 이야기하다가 딱 그치는 거 있죠? 그땐 서운했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반성이 돼요. 일방적으로 사랑을 쏟는다고 되는 건 아닌데. 터놓고 이야기하는 게 훨씬 중요하고 어렵죠』.
임영웅 연출 「홍당무」로 데뷔한 손씨는 산울림의 창단멤버랄 수 있고 정경순씨는 임씨 연출작에 처음 출연한다.
임씨는 『예쁘거나 상식적이지 않아서 정경순을 캐스팅했다』며 『모녀관계는 영원한 주제인데다가 이를 통해 진정한 대화가 소멸된 현대의 인간관계를 그리고 싶었다』고 말했다.
여성극작가 마샤 노먼의 83년 퓰리처상 수상작. 윤여정 번역, 김수현 각색. 화목 오후 7시30분, 수 오후3시 7시30분, 금토 오후4시 7시30분, 일 오후3시. (02)334·5915 <김희원 기자>김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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