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정계개편 강력한 의지 표명/국민과의 대화­핵심내용·의미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정계개편 강력한 의지 표명/국민과의 대화­핵심내용·의미

입력
1998.05.11 00:00
0 0

◎“소수정권 한계” 나라위한 리더십 강조/당장 고용안정보다 구조조정에 무게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이 10일 가진 「국민과의 대화」의 초점은 개혁 추진을 위해 보다 강력한 정치적 리더십이 필요하다고 강조하는데 모아졌다.

이번 대화는 우선 김대통령이 추진해온 개혁의 초기 결과를 점검하는 의미를 갖는다. 김대통령은 당선 직후 5개월여 동안 국정책임을 맡으면서 나타난 성과와 한계를 함께 설명했다.

김대통령의 언급에는 현재의 상황이 당선자시절인 1월18일 첫번째 대화 때와는 사뭇 다르다는 인식이 잘 드러나 있다. 당시 파산직전의 경제 상황이 자연스럽게 개혁의 동력을 부여했던 것과는 달리, 소수 정권의 물리적 한계가 곳곳에서 노정됐기 때문이다. 노사정 후속 합의가 고용불안과 맞물려 전망이 불투명해진 게 대표적인 경우다.

김대통령은 『1∼2년은 더 고생할 수 밖에 없다』며 『불가피한 정리해고를 수용해야만 앞으로 일자리가 생긴다』며 직설적인 화법으로 고통 감내를 강조했다. 김대통령은 특히 경제정책의 최우선 순위를 기업과 금융기관의 구조조정을 가속화하는 데 두겠다고 밝혀 구조조정이냐, 고용안정이냐는 정책 논란에 사실상 종지부를 찍었다. 이에 수반되는 실업확산 등의 상황에 대해서는 「사실 그대로」 알리고, 지지를 호소하자는 게 김대통령의 의중이다. 김대통령은 동시에 대기업 구조조정 등과 관련, 『내가 대통령으로 있는 한 중간에 그만 두지 않는다』며 『나는 그렇게 간단하지 않다』고 단호한 어조로 개혁의 수위를 높여 나가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어떤 경우든 김대통령은 현 위기 극복을 위해 정치적인 지지기반의 확산이 필요함을 강조했다. 이를 위해 김대통령은 정계 개편을 강력히 추진해 나가겠다는 의사를 분명히 했다. 김대통령은『정계 개편은 96년 4·11총선 결과의 원상회복』이라며 『외자유치와 가을 정기국회의 예산 통과를 야당이 또 물고 늘어지면 어떻게 하겠느냐』는 말로 대야(對野)대화노선에 대한 회의적인 시각을 드러냈다.

『정계 개편은 나라를 안정시키라는 국민의 여론을 받들어서 하는 것』이라는 말에 김대통령의 확고한 의지가 압축돼 있다고 볼수 있다. 인사편중 논란에 대한 대응은 청와대측이 가장 고심한 대목이었다. 김대통령은 『호남출신이 너무 많다는 것은 사실과 다르며, 오랫동안 편중돼 있던 인사를 정상화하기 위해 겪는 과정상의 진통』이라고 규정, 정면돌파 하겠다는 자세를 보였다. 이날 대화에서 김대통령은 시종 논리적인 일관성을 견지했으나 체감적인 설득 효과를 얻는데는 어려운 현실때문에 충분치 않았다는 지적도 제기됐다.<유승우 기자>

◎경제회생 언제쯤/“올해 땀과 희생필요 정경유착 근절시켜 내년엔 IMF 졸업”

『언제쯤이면 불황의 터널을 벗어날 수 있나요』

김대중 대통령은 『요즘 살기가 어려워 입이 바짝바짝 마른다』는 대구 택시기사의 질문에 『올해는 어렵다』며 국민의 땀과 희생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진솔하게 호소했다. 김대통령은 『피투성이가 된 경제를 살리려면 정말 고생해야 한다』며 『당분간 물가인상 기업도산 불경기등은 피할 수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우리처럼 IMF구제금융을 받은 영국과 이스라엘도 2∼3년 고생했고, 멕시코는 고생을 하지 않으려다 10년이나 고통을 겪었다』는 설명도 뒤따랐다.

그러면서 김대통령은 분명한 당면 과제와 미래상을 제시했다. 김대통령은 『관치금융과 정경유착을 근절시켜 금융권과 기업이 자기 힘으로 일어설 수 있는 체제를 올해안에 만들 것』이라며 『안되는 기업은 도태시키고 정부와 공기업의 경쟁력을 높이는 등 뼈를 깎는 심정으로 전면적 개혁을 시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대통령은 이어 『이렇게 하면 내년에는 IMF시대를 졸업하고 2000년에는 재도약을 할 수 있으며 2001∼2002년께는 선진국 진입이 가능할 것』이라고 전망한 뒤 『나는 이를 이룰 수 있는 방안을 갖고 있다. 이 말은 가짜가 아니고 진짜』라고 이해를 구하며 자신감을 피력했다.<유성식 기자>

◎여는말/“요즘 국민현실 春來不似春”

국민 여러분 요즘 얼마나 심로(心勞)가 많으십니까. 정말 무어라 위로의 말씀을 드려야 할 지 모르겠습니다. 춘래불사춘(春來不似春)이라는 말이 있는데, 요즘의 국민이 처한 현실을 말하는 것 같습니다. 과거에는 야당으로서 고생도 많이 하고 생명 위협도 느꼈는데, 한번 결심해서 목숨을 내놓으면 안정됐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국민의 모든 운명에 관한 것을 양 어깨에 지고 있는 책임이 있습니다. 마음고생을 말로 표현할 수 없습니다. 어려운 때에 대통령이 됐다는 생각이 듭니다.

토론에 앞서 여러가지 걱정이 있었습니다. 그리고 이렇게 생각했습니다. 「국민과 사실대로 모든 것을 이야기하고 서로 토론하고 국민이 하신 말씀을 경청해야겠다. 오늘 처한 문제점이 무엇이며 어떻게 해결할 수 있고, 미래의 희망이 있는가를 토론해 보자. 또 정부가 할일은 무엇이고 기업이 할일은 무엇이며 노동자가 할일은 무엇인가를 솔직히 이야기 해야겠다. 서로 무릎을 맞대고 가슴을 열고 이야기해서, 이 자리에 모인 방청객과 전국의 4,500만 국민이 토론을 끝내고 나면 마음의 가닥을 잡고 현실에 대해서 이해할 수 있도록 하자」 장래에 대한 희망을 이야기할 수 있는 편안한 자리가 되길 바랍니다.

◎닫는말/“지금의 고통 ‘태평양의 기적’ 이룹시다”

여러분의 소중한 말씀을 가슴에 새겨 국정에 반영하도록 하겠습니다. 여기에 나오려고 하니까 많은 사람들이 말렸습니다. 「국민이 고생하는데 무슨 봉변을 당하려고 하느냐」고 했습니다. 어려운 때 일수록 나가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충고와 격려, 가슴 뜨거운 말씀을 듣고보니 정말 잘 나왔다는 생각이 듭니다.

저는 솔직히 어려운 것은 어렵다고 말하고, 현재 하고 있는 일들을 구체적으로 말했습니다. 금년에 잘 하면 내년에 어떻게 되는지를 말해주는 이정표도 제시했습니다.

금년은 고생을 해야 합니다. 금년에 고생하지 않으면 십년을 고생하고, 금년에 고생하면 내년엔 잘됩니다. 역대정권이 잘못해서 이렇게 된 데 대해 어이없는 심정을 금할 수 없습니다.

내가 70년대부터 말해온 민주주의와 시장경제를 병행시키자는 주장을 그대로 했으면 정경유착과 관치금융이 없었을 것입니다. 이제는 금융기관과 기업의 구조개혁을 단행해 세계 경쟁무대에서 이길 수 있는 체질을 갖춰야 합니다. 노동자들도 기업을 살리는 방향으로 협력해야 합니다. 정부도 철저히 개혁해서 국민의 귀중한 세금을 과거처럼 낭비하지 않도록 하겠습니다.

밖으로는 수출확대와 외국자본 유치를 꾀하고 안으로는 구조개혁을 해서 금년에 성공해야 합니다. 내년에는 IMF를 졸업하고 2000년에는 새로운 도약을 해서 2001년이나 2002년까지는 선진국 대열에 들어갈 수 있습니다. 국민이 도와주면 반드시 나라를 구해내겠습니다. 저와 굳게 손잡고 국난을 타개하고 다시 한번 일어서서 「한강의 기적」이 아니라 「태평양의 기적」을 반드시 이룩하기를 호소합니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