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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해힘든 풍습들/고바야시 하나코(한국에 살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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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해힘든 풍습들/고바야시 하나코(한국에 살면서)

입력
1998.05.1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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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 살기 시작한지 10년. 아직 이해하지 못하는 것들이 있다. 풍습이라고 말하면 그만이겠지만 내게는 좋지않게 보여 몇가지를 이야기해야겠다.첫째 아들이 아니면 안된다며 낙태수술을 받는 것이다. 요즘은 딸도 괜찮다고 말은 하지만 아들을 낳으면 주변의 축복이 유별나다. 또 내년 간지(干支)가 안좋다고 아기를 포기하는 이들이 많다는 점이다. 일본에서도 간지는 챙긴다. 내가 어릴 때 2년 위 선배들이 백말띠여서 우리 학년보다 학생수가 적었던 것을 기억한다. 그러나 한국은 이것으로 그치지 않는다. 태어나는 날과 시간까지 사주로 정한다. 내가 아는 한 사람도 그의 어머니가 사주를 보고 아기낳을 시간을 정해 정확히 그 시간을 맞추느라 고생했다고 한다. 임산부와 태아에게 무슨 일이 생기면 어떻게 할 것인가. 사주를 인위적으로 만든다는 것은 말이 안된다. 그렇다면 죽는 날도 사주로 정해서 몇날 몇시에 자살해야지 저 세상에 편히 갈 수 있다고 말해야 하는가.

둘째는 사람이 죽었을 때이다. 상가에서 사람들이 밤새 화투를 치는 것을 본다. 이렇게 해서 상주를 위로하고 함께 밤을 지낸다고 하지만 나는 이해할 수 없다. 명절이나 잔칫집에서의 화투는 단순한 오락이지만 상가에서 하는 화투는 보기에도 좋지 않다. 영안실에도 몇번 가봤는데 어디선가 갑자기 『아이고, 아이고』하는 「함성」이 들렸다. 처음에는 얼마나 불행하게 죽었으면 저렇게 많은 사람이 통곡을 하나 했는데 실제로 울고 있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 이유는 있겠지만 왜 그런 괴로운 목소리로 우는 척해야 하는지 이해가 안된다.

셋째 신부집에 함을 전달할 때 신랑친구들이 돈을 받거나 길바닥에서 술을 마시며 신부친구의 노래를 억지로 청하고 거드름을 피우는 일이다. 처음에는 재미있게 봤는데 점점 짜증이 났고 시끄럽다고까지 느껴졌다. 물론 그만큼 친구들이나 동네사람의 축복을 받는 것이라지만 좀 지나친 것 아닌가.

나는 성장기를 전혀 다른 환경에서 보냈기 때문인지 이런 것들은 20년, 30년이 되어도 이상하게 보일 것 같다.<무용가·귀화일본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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