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엔 세계 처음으로 라이브 시네마 ‘비천무’ 계획/유엔빌딩 설치작품도 추진92년 카셀도쿠멘타에 한국작가로 참여, 일약 국제적 스타가 된 육근병(41)씨. 그는 참 바쁘다. 그는 동숭아트센터가 기획, 10월 무대에 올릴 「비천무」 연출을 맡았다. 『세계 최초의 「라이브 시네마」가 될 것』이라는 설명처럼 그의 작품은 현재 그가 촬영중인 영화필름을 무대 위에서 상영하고 배우 방은진, 박윤초가 출연해 영상 속 인물과 대화를 나누는 초현대적 무대방식을 연출할 계획이다. 여염집 부인이었으나 음란한 여성으로 몰려 억울한 죽음을 당한 어우동의 이야기를 바탕으로 남성중심사회를 비판하는 내용이다. 『배우는 움직이는 조각, 조명은 색, 소리는 터치』라는 미술적 발상이 연극무대에서 어떻게 펼쳐질지 관심거리다.
그는 또 세계 40개국 사람들의 눈을 촬영해 놓았다. 99년 9월부터 한 달동안 뉴욕 유엔빌딩 외곽에 400×550㎝의 사각패널 189개를 붙여 유엔가입국 189개국 사람들의 눈을 프로젝터로 투사하는 초대형 설치작업을 선보일 계획이다. 밤에 유엔빌딩을 보면 189개의 눈이 나타나는 것이다. 국제문제를 풀기도 하고, 일으키기도 하는 유엔에 대해 『세계인의 눈을 가지라』고 촉구하는 메시지를 담았다. 유엔측과는 실무차원에서 협의가 끝났고 공식 문건이 오기만을 기다리고 있다.
그간 프랑스 카르티에 파운데이션, 캐나다 파워플랜트, 일본 사이타마미술관 등 세계 유수 미술관서 전시도 가졌고 올해는 독일 미디어예술진흥기관인 ZKM이 주는 비디오 아트상을 받았다. 이런 왕성한 활동을 뒷받침하는 배경은 바로 동양정서. 그는 지구에 오대양 육대주가 있다면 사람에게는 오장육부가 있다고, 사람의 핵심인 눈 역시 천(天) 지(地) 인(人)의 구도로 설명할 수 있다고 말한다.
14∼6월13일 국제화랑(02-735-8449)에서 열리는 5년만의 작품전 「생존의 꿈」전은 그의 「눈」이 어떻게 설치작품으로 치환되고 있는가를 살필 수 있는 자리다. 「생존을 위한 꿈」 「응시」 「생존은 역사이다」는 원통형 구조물과 눈 모양의 비디오 화면으로 구성된 작품. 「생존을 위한 꿈」은 점멸하는 여성누드 영상을 통해 인간의 한계와 생존을 위한 갈망의 형태를 보여준다. 관객은 원통형 구조물 저 쪽에 걸린 비디오화면에서 영상물을 볼 수 있다. 『어릴 적 문틈 새로 훔쳐보던 이웃집 풍경이 그리 멋져 보일 수 없었다』는 설명이다.
「동양적」 「명상적」이라는 수식이 붙는 그의 작품이 세기말 특수한 분위기를 넘어 다음 세기에도 여전히 유효한 동양권 미술언어로 세계인에게 발언할 수 있을지 지켜볼만하다.<박은주 기자>박은주>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