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자동차 업계에 「덩치키우기」 인수·합병(M&A) 격랑이 불어 닥치고 있다. 중대형 고급승용차의 대명사인 독일 다임러벤츠와 미국의 크라이슬러가 합병, GM 포드에 이은 세계 3위의 자동차메이커로 부상하고 있고 유럽 최대의 폴크스바겐이 영국 롤스로이스 인수를 전격 발표했다. 이들 세계 굴지 자동차메이커들의 잇단 변신 움직임은 바로 세계 자동차산업의 거대하고 급속한 지각변동을 예고한다.왜 이들이 변신을 서두르는가. 공급과잉으로 포화상태가 된 세계 자동차시장에서 먼저 경쟁력 우위를 확보하지 못하면 치열한 글로벌 경쟁시대에서 살아 남을 수 없다는 생존차원의 국제투자전략으로 봐야 한다.
규모의 경제를 실현하여 중국 인도등 아시아 신흥시장의 패권선점을 노리자는 것이다. 자동차는 한 차종당 생산대수의 많고 적음이 바로 수익과 직결된다. 코스트를 절감해서 가격경쟁력의 우위를 확보하기 위해서는 대규모 합병을 통해 부품의 공통화등 대량생산에 의한 수량효과를 추구할 필요가 있다.
엄격해지는 자동차 환경규제도 대형화 합병을 통한 기업역량의 결집을 요구한다. 유럽위원회는 2005년까지 자동차 배기가스의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30% 줄이도록 요구하고 있다. 엄청난 투자비부담을 극복하고 저연비 소형차, 신에너지차 개발의 선두주자가 돼야 21세기 자동차 산업의 승자가 될 수 있다.
유럽시장과 중대형 고급 승용차에 강한 벤츠와 북미시장에서 거점을 확보하고 미니밴 소형트럭에 강한 크라이슬러가 합병,자본력 기술 마케팅에서 서로의 강점을 살려 경쟁력의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한다면 그것이 몰고올 세계 자동차시장의 충격과 판도 변화는 쉽게 예견할 수 있다. 경쟁력을 서둘러 재구축해 시장에서 살아남느냐, 아니면 죽느냐의 엄격한 선택을 요구하는 신호이다.
크고 작은 세계 자동차 업계의 인수·합병 재편이 급진전될 것이다. 96년 일본의 마쓰다에 이어 한국의 기아 경영권 인수를 추진하는 포드의 움직임이나 GM의 대우자동차지분 50% 인수협상도 같은 맥락으로 이해될 수 있다. 제한된 시장을 차지하려는 거대 합병 메이커들의 사활을 건 판매전도 격화할 수밖에 없고, 이 와중에서 한국 자동차산업 존립의 입지는 더욱 좁아질 수밖에 없다.
살아남기 위해 국경도, 과거 명성도 개의치 않고 전략제휴나 합병에 과감히 나서는 유력 외국메이커의 행보에서 우리는 21세기를 살아남을 국내 자동차산업의 냉혹한 환경과 구조개혁 전략을 읽어낼 수 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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