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혁의지 가늠자 불구 몰락땐 은행권 존립 흔들/한보·기아 버금 파괴력 결국 “살리자” 기운듯새 정부 부실기업 정리정책의 의지와 강도를 시험할 첫 가늠자였던 동아건설 처리문제가 「살리는」 방향으로 사실상 결정됐다. 협조융자에 대한 비판정서에도 불구, 정부와 채권은행단은 동아의 몰락이 몰고 올 메가톤급 파장을 우려, 결국 동아에 한번 더 기회를 주기로 했다.
동아건설에 대한 지원논리는 대체로 세가지다. 첫째 재무구조상 회생가능성이다. 한 당국자는 『동아의 자금난은 2조원대 국내 미수금 때문으로 이 채권이 회수되면 기존 채무상환 등 정상화에는 큰 어려움이 없을 것』이라며 『회계법인의 실사작업이 현재 진행중이나 대체로 자산이 부채를 9,000억원가량 초과한 것으로 나오고 있어 재무구조는 오히려 건실한 편이다』고 말했다.
둘째 동아건설과 거래은행들의 공멸 우려감이다. 여신액 기준 재계서열 13위의 동아그룹 부채는 은행여신 1조8,800억원을 포함, 약 4조원(동아건설만 3조원)에 달한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동아그룹이 부도날 경우 대출이 집중된 서울 외환은행 등이 현재 추진중인 민영화 및 외자유치계획이 차질을 빚어 정부의 금융구조조정 구도 자체가 흔들릴 수 있다』고 지적했다.
셋째 지방자치단체장 선거를 앞둔 상황에서 한보 기아에 버금가는 파괴력을 지닌 동아의 부도를 정부 여당이 감당할 수 있겠느냐는 점이다. 동아건설 협조융자 거부는 협조융자체제의 붕괴, 즉 다른 협조융자 기업의 연쇄몰락을 뜻한다. 2월말 현재 협조융자업체의 은행여신은 10조3,800억원, 종금 리스가 2조6,600억원선에 달하고 있어 다른 협조융자 기업들이 연쇄몰락한다면 금융과 실물경제는 구조조정을 위한 최소한의 여지마저 없어지게 된다. 금융계는 협조융자 기업 도산시 약 30조원의 부실이 추가발생할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하지만 이번 협조융자는 또다른 딜레마를 제기하고 있다. 이유야 어떻든 정부로선 「더이상 협조융자는 없다」는 기왕의 공언을 뒤집었을 뿐 아니라 대내외적으로 「부실기업을 안고 간다」는 개혁의지 결여 비판을 받게 됐기 때문이다. 「대마불사(大馬不死)」신화는 좀처럼 깨지기 어렵다는 사실이 또다시 확인된 셈이다.<유승호·이성철 기자>유승호·이성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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