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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 호르몬’ 공포가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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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 호르몬’ 공포가 온다

입력
1998.05.0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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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컷인지 암컷인지 생태계 ‘생식이상’ 초래/동물 성별 잇단 교란/인간 정자수 감소 유발/日,국가차원 대책 착수한때 「이타이이타이병」 「미나마타병」등 공해병의 종주국이란 오명을 썼던 일본이 국가 차원의 환경호르몬 대책 마련에 나섰다. 일본 환경청은 7일 「환경호르몬 전략 계획」을 발표, 『환경호르몬이 세대를 넘어 심각한 영향을 가져 올 우려가 있다』며 본격적인 조사 방침을 밝혔다. 85억엔의 예산을 들여 산업계와 학계와 공동으로 전국적으로 성인 남성의 정자를 조사하고 태반 조사를 통해 태아의 오염도를 확인하겠다는 것이다.

환경청은 지난해 약70종의 화학물질을 환경호르몬 「용의자」로 지정했다.

지구 곳곳에서 생식 이상 현상이 잇따라 확인되면서 「환경호르몬」은 21세기 인류의 새로운 해결 과제로 떠올랐다. 환경호르몬의 정식 이름은 「내분비 교란 화학물질」, 또는 「환경 내분비 교란 물질」.

환경호르몬에 대한 우려와 관심은 우선 야생동물은 물론 인간의 생식 능력에 미치는 영향 때문이다. 91년 미 플로리다대 연구팀은 아포프카호수의 수컷 악어 절반 이상이 성기가 정상치의 절반 크기 밖에 되지 않고 혈중 테스토스테론(남성호르몬) 농도가 크게 떨어져 생식 불가능 상태에 빠졌음을 확인했다.

영국과 프랑스의 하천에서는 암컷화한 무지개 송어와 잉어 뱀장어 수컷이 곳곳에서 발견됐다. 일본에서는 가자미의 암컷화와 잉어의 정소 이상 사례가 잇따라 확인됐다.

인간도 예외가 아니다. 91년 덴마크 코펜하겐에서 열린 세계보건기구(WHO) 전문가회의에서 코펜하겐대학의 연구진이 『지난 50년간 남성의 생식능력이 절반 수준으로 떨어졌다』고 보고했다. 일본에서도 데이쿄(帝京)대학 연구팀이 도쿄(東京) 근교에 사는 20대와 37∼53세의 남자 정자를 비교 조사한 결과 ㎖당 정자수가 40대 전후는 평균 8,400만개였으나 20대는 55%인 4,600만개에 불과했다. 보통 성교로 임신가능한 WHO 최저 기준인 ㎖당 2,000만개와는 거리가 있었지만 정자의 운동성 등이 크게 떨어져 커다란 충격을 던졌다.

그러나 환경호르몬의 「남성 공격」만이 두려움의 대상은 아니다. 최근 한국에서도 확인됐지만 패류에서 「임포섹스」 현상, 즉 암컷에 수컷 성기가 돋고 암수 어느쪽으로도 기능을 하지 못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또 호르몬의 과다·과소분비는 각종 암과 신경계 질환을 부른다. 심지어 공격성을 자극해 성격을 바꾼다는 동물실험 결과도 있다.<도쿄=황영식 특파원>

◎‘환경호르몬’ 실태/다이옥신 등 70여종 주범… 내분비 교란

환경호르몬의 문제는 극소량으로 내분비계통의 교란을 가져올 수 있는 강력한 화학작용에도 불구하고 마땅한 규제 기준이 없다는 것이다.

환경호르몬 물질은 생활 주변에 널려 있다.

다이옥신은 대표적인 환경호르몬이지만 독성 및 발암성과 관련한 규제기준이 있을 뿐이다. 독성·발암성을 이유로 한 규제기준이 ppm(100만분의 1)수준인 반면 환경호르몬 작용은 ppb(10억분의 1) 수준이어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변압기의 절연재로 널리 쓰였던 폴리염화비페닐(PCB), 선체도료로 널리 쓰였던 트리부틸주석(TBT), 플라스틱 식기 등으로 이용되고 있는 폴리카보네이트(PC) 수지나 에폭시 수지의 비스페놀A, 염화비닐과 플라스틱의 가소제로 흔히 쓰이는 DBP, BBP 등 각종 프탈산화합물, 계면활성제로 쓰이는 노닐페놀, 컵라면 등의 용기인 발포폴리스틸렌에서 용출되는 스틸렌 등이 모두 환경호르몬 용의자들이다.

이같은 조사연구에 대해 아직까지 인간에 대한 환경호르몬 영향의 정확한 메커니즘은 규명되지 않았다는 화학업계의 반론도 거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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