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기간 고통 따르더라도/경제적 자유주의 맞게/체제·관행·의식 바꿔야”한국은 앞으로 어떻게 될까. 이 땅의 사람들이 어떤 선택을 하느냐에 달린 일이다. 우리가 올바른 방향을 택하여 서둘러 변화에 성공하지 못한다면, 고통의 길고 긴 늪에 빠져들게 될 것이다.
어떤 선택을 내려야 하는가. 올바른 선택은 단기간동안 고통이 따르더라도 한국이 경제적 자유주의 원리에 맞게끔 이 나라의 체제와 관행, 그리고 사람들의 의식을 바꾸는 것이다.
경제적 자유주의는 무엇인가. 경제적 자유주의는 사유재산권과 경제적 자유라는 대원칙을 견지하면서 개개인에게 최대한의 권한을 허락하는 것이다. 그러나 우리 사회를 자세히 살펴보면 경제적 자유주의가 온전히 뿌리를 내리기에는 그 환경이 너무 척박함을 쉽게 알 수 있다.
올바른 변화는 그냥 이루어질 수 없다. 한 사회의 변화란 온전한 토대가 있을 때 가능한 일이다. 이런 점에서 한국 사회는 개혁을 위한 토양, 다시 말하면 개혁의 인프라가 취약한 나라다.
우선 한국 사회 구성원들의 경제적 자유주의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다. 게다가 경제적 자유주의는 이 사회에서 흔히 가진 자를 옹호하는 논리나 대기업을 보호하기 위한 주장 정도로 격하되는 경우가 많다. 실제로 경제적 자유주의는 어느 분야에서 열심히 자신의 책임으로 살아가는 사람들이라면 누구든지 동의할 수 있는 이념이자 삶의 철학임에도 불구하고, 편견과 오해를 가진 사람들이 의외로 많다.
각종 기득권이 겹겹이 쌓여있는 나라에서 변화란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어렵다. 이럴 때일수록 나라를 이끄는 지도자들이 어떤 신념을 갖고 있느냐처럼 중요한 것도 드물다. 합의와 협상을 중시하는 신념은 결단과 함께 할 수 없다. 특별한 대접을 요구하는 사람들을 뛰어넘기 위해서 단순한 용기만으로 가능한 일이 아니다. 지도자들이 「이 길 아니면 안된다. 제 3의 길은 없다」는 강력한 신념을 가질 때 진정한 변화가 일어날 수 있다.
지식인 사회의 전반적인 분위기도 무시할 수 없다. 다른 나라에 비해서 우리는 유독 지식인 사회에서 진보진영의 영향력이 크다. 유교가 치국의 이념으로 숭상받았던 다른 나라에 비해서 한국은 특히 관념론이 득세한 나라다. 우리는 아직도 경제적 자유주의를 강력하게 옹호할 수 있는 지식인 사회의 원군을 충분히 확보하고 있지 않다.
뿐만 아니라 이 사회의 노동조합은 여전히 이데올로기 성향이 강하다. 이념에 치우친 노동조합은 좀처럼 현실 문제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기가 힘들다. 게다가 온정주의 색채가 강한 이 나라에서 실상과는 달리 노조는 사회적 약자들의 모임으로 간주되고 있다. 따라서 노조의 특권을 포기하도록 요구하는 개혁이 좌절할 가능성은 높다.
성공의 타당성도 한국인의 변신에 걸림돌이 될 것이다. 작년까지 우리는 고성장을 지속해 왔다. 이 나라가 하강국면에 접어들기 시작한 것은 10년 정도에 불과하다. 이 정도로 짧은 기간의 하강국면을 겪으면서 한 나라 국민들이 변화에 대한 절박한 심정을 가지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마지막으로 대중에 편승하지 않고 일관되게 경제적 자유주의 입장에 서서 여론을 선도할 수 있는 정론이 흔치 않다. 변화를 주도하는 사람들이 조금이라도 약점을 보이는 경우 순식간에 초토화시켜 버릴 정도로 언론의 논조가 변화무쌍하다. 변화를 주도하는 사람들 앞에는 숱한 걸림돌이 놓여있다. 때문에 한국의 앞날을 그렇게 낙관할 수만은 없다. 그러나 우리 모두는 더 이상 변화를 미룰만한 시간이 없음을 깊이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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