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황·감원·회사일에 혹사/“미용사된 아들이 낫지”그는 2남1녀의 아버지였다. 대학 졸업후 대기업에 취직했다가 고향의 중견 기업으로 자리를 옮겼다. 매일 아침 6시에 일어나 토마토 주스와 영양드링크제를 마시고 일터로 나갔고 집에 돌아 와서도 설계도면을 들여다 보았다. 그런 노력으로 신임을 받았고 지위도 이사대우 부장으로 올라갔다.
그런 그가 최근 집에서 목을 매 숨졌다. 49년의 길지 않은 삶이었다. 유서 대신 남긴 수첩에는 회사 간부회의 내용이 빼곡히 적혀 있었다. 「사장 얘기. 올해는 이익을 내라. 1분 1초. 의식 개혁. 하면 된다. 화장실은 쉬는 시간. 걸음은 빨리…」.
장남이 고3때 미용사가 되고 싶다고 했을 때 그는 『공부하기 싫어서지』라며 꾸짖었다. 집을 나가 미용사로 독립한 아들을 나중에 찾아가 『좋은 일을 찾았구나. 그래, 월급쟁이보다야 훨씬 낫지』라고 격려했다. 자살하기 일주일전 대입시 공부에 열심이던 둘째 아들에게 남긴 유서에 그는 『제발 월급쟁이만은 되지 마라』라고 썼다.
일본 아사히(朝日)신문은 7일 가족문제 시리즈를 새로 시작하면서 「아버지의 자살」이라는 제목의 우울한 르포를 실었다. 불황에 따른 실적 부진, 인원 감축 바람, 가혹한 회사의 주문 등에 떠밀려 죽음을 택하는 중년층 중간관리자들의 자살이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일본의 자살자는 연 600∼700명이 늘어 96년에 2만3,000명이 넘었다. 이중에서 40대 후반∼60대 초반의 자살률은 1만명에 4명꼴로 특히 높다.<도쿄=황영식 특파원>도쿄=황영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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