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네시아가 심각한 경제위기 속에 전국적인 폭동과 유혈사태를 맞고 있다. 지난 3월 수하르토 대통령이 7선으로 재집권하면서 시작된 반정부 시위는 4일 정부가 연료가격 71%, 전기료 60% 인상을 발표하자 폭동으로 번지고 있다. 시위가 과격해지자 경찰과 보안군이 발포하기 시작, 7일까지 북부의 메단시에서 주민 6명이 숨지고 80여명이 부상했다고 현지 언론들은 전하고 있다.종전까지는 주로 대학생들이 민주개혁과 수하르토의 퇴진을 요구했으나, 국제통화기금(IMF)의 구조조정 계획에 따라 정부가 연료가격과 전기료를 인상하려하자 생활고를 못견딘 일반인이 시위에 가담하기에 이르렀다.
미국은 인도네시아 정부에 시민의 평화적 시위를 허용하라고 촉구하면서 이번 진압에 따른 인권탄압을 강력비판하고 있고, 인도네시아의 지식인과 정부 유관단체에서도 비판적 목소리가 나오기 시작함으로써 종전과는 다른 국면을 맞고 있다.
경제회복을 위해 IMF로부터 430억달러를 지원받은 인도네시아는 그 대가로 독점철폐, 외국투자제한 해제등 경제개방조치를 취해야만 한다. 그러나 족벌과 군부, 화교재벌에 의지하고 있는 수하르토 정부는 가능한 한 자신들의 권력기반을 뒤흔드는 IMF의 개혁처방을 외면해 왔다. 이번 소요사태는 국가자원만으로 자력갱생을 고집하던 수하르토 정부가 뒤늦게 한계를 느껴 IMF식 계획에 따라 물가보조금 제도를 폐지했다가 맞게 된 상황이다.
IMF는 인도네시아에 대한 70억 달러의 추가 자금지원을 실시하기로 했으나 이번 소요사태로 인도네시아 외환시장과 주식시장은 폭락세를 보이고 있어 경제회복에 또한번 큰 타격을 받게 될 것 같다. 또한 국제적으로도 신뢰도가 떨어지고 투자 부적격국이라는 인식이 확산될 것으로 전망된다.
수하르토는 지금까지 『재임중 정치개혁은 없다』고 고집을 부렸으나 이번 유혈사태에 대한 미국과 유럽국가들의 비판이 점차 강해지고 있어 수하르토의 입장이 난처해지고 있다. 또한 돈 많은 화교들은 이번 소요사태에서도 주요 공격목표가 되고 있어 중국과의 관계도 한층 어려워질 전망이다. 우리 교민도 1만5,000명이나 살고 있으며 직간접 자본투자도 100억 달러에 이르러 무관심할 수 없는 처지다.
현재로서 수하르토 정부가 취할 가장 바람직한 개혁책은 IMF의 지원을 받아들인 이상 그 계획에 따라 경제를 개편하고 지금의 족벌체제와 군사통치를 종식시켜 국제적 개방사회로 편입할 시간표를 마련하는 것이다. 우리정부도 인도네시아 사태가 미칠 영향을 면밀히 검토하면서 만반의 대책을 세워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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