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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란정국/‘면피 코미디’ 인가/본말 전도된 책임 공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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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란정국/‘면피 코미디’ 인가/본말 전도된 책임 공방

입력
1998.05.0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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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실 밝혀야 하는데 이론 없지만 지엽적 문제에 국가위신만 추락”『매일 매일 광시곡(狂詩曲)을 듣는 기분이다』

한 외국금융기관의 임원이 정치권에서 벌어지고 있는 이른바 환란책임 공방을 지켜보며 냉소적으로 던진 말이다. 그는 『IMF행(行)의 결정 시기, 임창렬(林昌烈) 전경제부총리의 사전인지 여부에 온 나라가 매달리고 있다』며 『마치 그런 문제가 국가부도 위기의 본질로 오도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국내 금융권에서도 『경제파탄의 현실 앞에서 과거의 지엽적 사안에 너무 많은 힘을 소모하고 있다』는 우려가 대두되고 있다. 국내은행의 국제금융담당임직원들은 『전직대통령과 전직 경제부총리가 벌이는 면피논쟁이 국가위신을 추락시키고 있다』며 『외국거래은행의 관계자들은 코미디를 보고 있다는 표정』이라고 한심해했다.

이런 자성은 정치권에서도 제기되고 있다. 특히 환란(換亂)논쟁의 본말이 전도돼 있고, 지엽적 문제가 국가적 현안으로 부각돼 있다는 점이 비판의 도마에 올라있다. 김영삼(金泳三) 전대통령의 검찰답변서대로 김전대통령이 97년 11월14일에 IMF 행을 재가했고 임전부총리가 취임기자회견(11월19일)에서 IMF행을 발표했다면 국가부도 위기가 없어졌겠느냐는 게 비판론의 골자이다. 6공때 재벌구조조정을 추진한 바 있는 김종인(金鍾仁) 전청와대 경제수석은 『외환위기의 조짐은 97년 하반기부터 나타났고 직접경보도 10월초에 울렸다』며 『11월 중순의 며칠을 놓고 왈가왈부하는 것은 부질없는 논쟁』이라고 지적했다.

물론 진실을 말하는 쪽이 김영삼전대통령을 비롯, 강경식(姜慶植) 전경제부총리 김인호(金仁浩) 전경제수석인지, 아니면 임창렬전부총리인지는 규명돼야한다는데 이론(異論)은 없다. 특히 임전부총리가 경기지사에 도전하는 국민회의후보라는 점을 감안하면, 그의 IMF행 사전인지 여부는 표를 찍어야하는 국민이 도덕성 검증차원에서 반드시 알아야 할 사안이다.

그러나 국가부도위기라는 처참한 상황을 초래한 김전대통령 등이 갑자기 자신들을 핍박받는 「희생양」으로 포장하는 듯한 행위를 보이는데 대해서는 국민의 시선이 곱지않다. 한보사태에서부터 기아부도 처리에 이르기까지, 또 외환위기에 대처하는 능력부족 등 과거 정권의 정치적 책임은 부인하기 힘들다는 것이 국민적 인식이다. 물론 현 정부가 경제실정을 도덕적, 정치적 심판에 맡기지 않고 검찰수사로 끌고간 점도 비판받을 소지가 있다.<이영성 기자>

◎답변서 누가 왜 유출했나/상도동 반응­“객관적 사실 충실히 기술 유출 YS의중과는 무관. 청문회, 추이 살피며 대응”

김영삼(金泳三) 전대통령측은 7일 환란(換亂)관련 검찰 답변서에 대해 『객관적 사실을 충실히 기술한 것일 뿐』이라며 정치적 의도설을 거듭 부인했다.

우선 여권이 문제삼고 있는 감사원과 검찰에 대한 답변내용의 차이는 두 기관의 질문항목수의 차이에서 비롯됐다는 설명이다. 감사원이 13개 질문을 통해 IMF구제금융 신청건의 인수·인계 과정을 포괄적으로 물은 반면 검찰은 질문항목을 48개로 늘려 훨씬 상세한 답변을 요구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임창렬(林昌烈)전경제부총리가 구제금융 신청방침을 사전에 알고 있었다는 대목이 검찰 답변서에 새로 포함된 것도 이런 이유에서라는 것.

상도동측은 또 「정책적 판단은 사법처리의 대상이 될 수 없다」는 답변과 관련, 『강경식(姜慶植) 전경제부총리와 김인호(金仁浩) 전경제수석의 구속문제가 걸려있어 김 전대통령이 불가피하게 견해를 피력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또 정치권에선 김전대통령이 국민회의 경기지사 후보인 임 전부총리 관련 부분을 밝힌 것도 두사람의 구속을 막기위한 포석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상도동측은 그러나 김 전대통령 주변인사의 의도적인 답변서 유출가능성에 대해서는 딱 잘라 부인하지 못하는 분위기다. 답변서 내용을 알고 있는 사람은 김전대통령과, 답변서 작성에 참여한 김용태(金瑢泰) 전청와대 비서실장 김광일(金光一) 전정치특보 김영섭(金永燮) 전경제수석 문종수(文鐘洙) 전민정수석 등이다. 상도동측은 이들중 한 사람이 임 전부총리의 태도와 지방선거등을 겨냥, 문건을 흘렸을 수도 있다는 반응이다. 이와관련, 한 관계자는 『완성된 답변서 전문을 갖고 있던 사람은 김전대통령과 김전특보 두사람 뿐이었다』고 전했다. 그러나 설령 이렇게 유출됐다 하더라도 김전대통령의 의중과는 전혀 무관했을 것이라는 게 상도동측의 강변이다.

한편 상도동측은 이날 국민회의가 「YS 경제청문회」가능성을 시사하며 압박을 강화하자 『일단 추이를 지켜보겠지만 상황에 따라 할 말은 할 것』이라며 불쾌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실제 일각에선 이번 답변서 작성과정에서 김 전대통령 특유의 강기(剛氣)가 표출됐다는 얘기도 있다.<유성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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