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영은 공영답게 민영은 민영답게/어정쩡한 병존 파행불러/MBC 제자리찾기 시급/KBS도 채널특화 해야새 정부 들어 MBC는 SBS등 전국의 상업방송사들과 함께 한국방송광고공사(KOBAKO)가 독점하고 있는 광고영업권을 돌려 달라고 목청을 높이고 있다. 이제는 방송도 시장의 원칙을 따라야 한다는 것이 논리적 근거이다.
그러나 광고영업권에 관한 정책을 개선해야 할 필요는 있지만 MBC의 주장도 자신의 필요에 따라 편리하게 변신하는 행태라는 비난을 받고 있다. 공영방송의 지위는 유지하면서 상업방송의 「달콤한」 과실도 확보하려는 시도라는 것이다.
방송학자들은 우리 방송의 가장 근본적인 문제점으로 기형적인 방송구조를 지목하고 있다. 80년 당시 언론통폐합의 결과로 빚어진 공영체제에서 현재의 방송구조는 공·민영 병존체제로 바뀌었다. 그러나 공영방송은 아직도 공영방송답지 못하고 민영방송도 순전한 민영방송으로 보기 어려운 총제적 파행현상이 불식되지 않고 있다. 양대 공영방송 KBS MBC는 정부정책 홍보에 치중하면서도 한편으로는 과도한 시청률 경쟁을 벌이며 저질프로그램을 양산해 왔다.
지방 방송들은 어떤가. 이들 양대 방송의 독점체제에 실질적으로 「예속」돼 있는 실정이다. 케이블방송의 경우 정부의 졸속정책으로 인해 빈사상태에 빠져 있다. 치열한 국제 방송경쟁체제에서 가장 중요한 매체로 평가되는 위성방송은 답보상태에 머무르고 있으며, 교육방송(EBS) 또한 정확한 위상이 설정되지 않은채 과외방송으로 전락해가는 양상이다.
그러나 새 정부의 방송정책은 현재의 어정쩡한 공·민영 병존체제를 그대로 유지하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 전문가들은 현재의 방송이 제 모습과 역할을 찾지 못하는한 방송개혁은 요원하다고 입을 모은다.
방송구조조정의 핵심은 거대방송 KBS와 MBC가 제 자리를 찾게 해주는 것이다. 특히 명목과 구조상 공영이지만 실제로는 상업방송에 가까운 MBC의 「양자택일」이 가장 시급한 과제라고 할 수 있다. 전문가들은 구체적으로 KBS는 독립성과 자율성을 보장받아 방송의 공적 의무를 수행하는 명실상부한 공영방송으로 거듭나야 한다고 주장한다. 박권상 KBS 사장은 BBC형태의 방송을 지향하고 있는데, 그렇다면 KBS의 각 채널을 특화시켜 역할 분담을 추진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이들의 의견을 종합하면 KBS1을 교양·종합편성 채널로 하고, 제2TV는 소외·특수계층을 대변하는 프로그램을 방송토록 하자는 것이다. EBS는 제3채널로 받아들여 사회교육의 장으로 활용한다. 위성방송은 국가적 홍보와 문화의 소개·전파채널로 만드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의견이다. EBS의 학교교육기능은 케이블TV 등으로 이양하는 것이 좋다는 견해가 많다.
MBC의 형태에 대해서는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MBC의 상업방송화가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판단하는 학자들은 이 기회에 KBS에 준하는 공영성 강화가 이루어져야 한다고 강조한다. 이 경우 KBS와의 역할 갈등을 피한다는 뜻에서 지역연합 공영방송으로 자리매김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MBC의 전국 20개 방송사를 활용, 지역문화와 경제를 활성화시키자는 것이다.
그러나 『다채널시대에 공영방송은 하나면 충분하다』고 말하는 학자들은 MBC의 최대주주인 방송문화진흥회 주식을 민간에 불하하는 형태로 MBC를 과감히 민영화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민영화한 지역방송들은 기존 지역민방과의 자유롭고 창의적인 경쟁을 통해 세계적 방송으로 탈바꿈하도록 해야 된다는 의견이다.
유재천 한림대 교수는 『지상파방송의 공·민영 병행체제는 다수의 상업방송에 의해 공공성이 위축될 개연성이 높다』며 『이를 방지하기 위해 민간기금을 포함한 공공기금의 방송참여를 권장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김철훈 기자>김철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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