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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업대책에 대한 긴급제언/장학식 인천대 전 총장(특별기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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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업대책에 대한 긴급제언/장학식 인천대 전 총장(특별기고)

입력
1998.05.0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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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 아래 달동네가 세간의 관심이다. 사연인즉, 매일 벌어먹고 사는 초라한 가장들의 실업이 가정파탄을 낳는다는 비극적 보도때문이다. 우리나라처럼 사회보장책이 부실한 곳에서 실업이란 곧 죽음이다. IMF 및 외국자본이 투자조건으로 정리해고의 확실한 보장을 요구하니, 실업은 앞으로 더 늘어날 것이다. 앉아서 죽을 수 없다면 실업대책 좀 따져보자.정리해고제 허용 이후 사회간접자본 사업확대, 창업자금·고용보험지원, 생활안정자금 등 각종 실업대책이 발표되고 있고, 조성예정인 실업기금은 총 7조9,000억원에 달한다. 이 정도면 월 100만원씩 약 66만명, 전 실업자중 33%(실업자 200만명 기준)가 혜택받는 결코 적지 않은 액수다. 그러나 해마다 기금조성에 성공해도 실업은 감축되지 않는다. 그래서 요즘 논란이 되고 있는 것이 뉴딜형과 영국형 실업대책이다.

뉴딜형 실업대책이란 사회간접자본 투자확대 등을 통한 고용확대정책이고, 영국형이란 실업 해고를 허용하여 먼저 구조조정을 실행한 후, 재취업을 확장하는 실업대책이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실업대책은 보는 그대로 뉴딜형과 영국형을 혼합한 것으로 고용확장을 도모하면서, 강력한 구조조정과 정리해고를 하겠다는 것이다. 서로 상치된 실업대책을 동시에 실행한다니 이런 모순도 있는가.

이 상태로는 실업 사후대책을 아무리 잘 선택해봐야 실업자가 줄 리 없다. 진짜 실업대책은 당연히 실물경제를 복구해서 실업을 줄이는 것이다. 기업들의 경쟁력이 대내·외적으로 강화되고, 금융위기가 해소되고, 외채부담이 경감되면, 고용이 증가한다는 것은 삼척동자도 안다.

위기는 기회라고들 한다. 요즘 최고의 기회를 잡은 이들은 누구일까. 안팎의 이자소득자다. 해외의 빚쟁이들은 물론이고, 국내에서도 돈만 있으면 돈이 돈을 버는 세상이다. 반면에 고금리 때문에 생산가동률이 사상 최저치를 기록하고, 돈을 빌려 생산적 사업을 하려는 기업인이 있다면 미친 사람 취급받는다. 은행은 돈이 남아 돌아도 수신고가 떨어질까봐 금리를 못내리고, 기업들은 생산을 접어두고 이자놀이에 열중한다. 투기의 바람만 온 나라를 덮어가는데 뉴딜·영국 혼합형 실업대책이 통할까.

노동자는 생산의 주역이자 소비의 담당자다. 경제가 위기에 빠지면 해고로 대응하는 것은 낡은 방식이다. 특히 경기 부진의 원인이 노동생산성의 저하에 있지 않을 때, 실업이 경제에 더 큰 부담을 지웠던 경우는 자본주의 200년동안 수없이 지적된 바 있다. 하물며 뉴딜정책의 이론제공자라는 케인즈조차도 공황의 탈출구로서 이자소득자의 파산을 주장한 판에, 이자부담은 더 증가시키되 정리해고가 투자조건이라니 더 망하라는 꼴이 아닌가. 생사가 달려있는 문제이니 만큼 실직자들의 목소리가 갈수록 클 수 밖에 없다. 이것은 경제실패, 사회적 실업에 대한 저항이기 때문에 쉽사리 수그러들 것같지 않다. 고금리의 지속으로 경제는 더 나빠질 것이므로 이런 사회적 비용은 앞으로 더 커질 것이다. 그러므로 실업대책의 방향은 해고가 아니라, 경제위기 요인의 해소, 즉 금융부담, 부동산 임대비용, 정경유착비용 등 일체의 비생산적 비용청산부터다. 해고되어야 할 쪽은 노동자가 아니라 이자소득자이고 불로소득자이다.

사회 전체적으로 불신이 팽배하고, 비정한 해고만이 기다린다면 아무도 일을 하지 않는다. 어려울 때일수록 기업이 노동자를 보호하고, 애정어린 고용보장·실업감축 정책이 최고의 생산력으로 이어지는 독일식 대책같은 세계의 사례를 보라. 우수한 노동력은 인간자본으로까지 간주되는 세계경쟁시대에서 우리도 노동력 보호에 기대를 거는 쪽으로 경제·실업대책을 구상하자.<경제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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