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매 9순 시할머니·중풍시아버지·다운증후군 큰 아들…/“아직 끝나지않은 길…” 겸손치매로 말조차 알아듣지 못하는 구순의 시할머니, 16년전 중풍으로 쓰러져 일일이 대소변까지 받아내야 하는 시아버지, 다운증후군으로 몸을 못가눠 매일 학교에 업고다녀야 하는 큰 아이.
박인래(朴仁來·40·여·서울 동대문구 이문동)씨의 손길이 잠시라도 멈추면 그대로 주저앉고 말 4대(代)가족이다. 그래도 박씨의 얼굴에는 늘 미소가 가득하다. 『어쩌면 신이 제게 내린 소명인지도 모르잖아요』
「이문동 억척엄마」 박씨는 8일 어버이날에 대통령 효행표창을 받는다. 7일 점심때 일터에서 허겁지겁 돌아와 시아버지를 일으켜 앉힌뒤 따뜻한 죽을 입안에 떠넣어주던 박씨는 『아직 끝나지 않은 길인데 너무 과분하고 부끄럽다』며 말을 아낀다. 대신 남편 김기철(金基哲·42)씨가 『시집와서 하루도 편안한 날이 없이 마음고생만 시켰다』며 아내의 손을 잡고 미안해했다. 다행히 칠순이 가까운 나이에도 은행청소일을 할만큼 정정한 시어머니 이영례(李英禮)씨가 옆에서 『친딸보다 훨씬 낫다』며 며느리를 다독인다.
박씨의 가장 큰 아픔은 큰아들 정호(政鎬·15)군. 다운증후군에 걸린 정호를 들쳐업고 재활원을 찾기를 수십번. 이제 중학생으로 자란 아들을 지난달 특수학교 인강원 기숙사로 떠나보내며 박씨는 오랫동안 울었다.
잠시도 마음을 놓을 수 없는 가시밭길 같은 하루하루. 종일 신경이 곤두서있는 바람에 늘 뒷골이 아프고 손발이 저려 몰래 약을 사먹은 적도 많다. 요즘은 더구나 이삿짐센터에 나가는 남편의 일감이 부쩍 줄어든데다 박씨가 부업으로 다니던 급식업체도 7일로 문을 닫아 살림을 꾸려가기가 더욱 힘들다.
그래도 초등학교 4학년인 딸 혜영(惠英·11)이를 볼 때마다 박씨는 희망에 부푼다. 영특한 딸아이는 또래들 답지않게 집안 일도 곧잘 하고 엄마 말도 잘 듣는다. 『혜영이가 커서 엄마의 까맣게 탄 가슴을 알아줄까』 28평 단층집 창밖으로 하늘을 바라보는 박씨의 얼굴은 여전히 환하다.<김호섭 기자>김호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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