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서 그리고 화해의 몸짓/22명의 춤꾼 70분간 열띤 무대/13·14일 예술의전당 토월극장80년 광주항쟁 희생자를 모신 광주 망월동 묘역에는 웨딩드레스 차림의 영정이 놓인 묘가 있다. 임신한 몸으로 대문 밖에 서서 남편을 기다리다 계엄군의 총탄에 숨진 신혼의 주부가 거기 누워있다. 묘비에는 남편이 아내에게 바친 애달픈 사랑의 인사가 새겨져있다.
무용가 김화숙(원광대 교수·현대무용단 사포 예술감독)씨는 「그들의 결혼」의 안무 모티프를 거기서 얻었다. 95년 「그해 5월」, 97년 「편애의 땅」을 잇는 80년 광주항쟁 3부작의 완결편이다. 현대무용단 사포가 13, 14일 오후 7시30분 예술의전당 토월극장에서 공연한다.
1부작이 당시 사건 자체에 대한 증언을 다뤘다면 2부작 「편애의 땅」은 지역 차별에 따른 갈등과 분열의 어루만짐을 이야기했다. 「그들의 결혼」에서 비로소 김씨는 용서와 화해를 말하게 되었다.
80년 5월 광주는 줄곧 그의 마음 속 과제였다. 무용가로서 「당연히」 춤으로 만들어야 한다고 다짐한 게 3부작으로 완성됐다.
『그것은 한국현대사의 최대 비극이다. 모른 체 외면할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난 상관없어」라고 말하는 것 자체가 상관있음을 가리킨다. 망월동에 누운 신부가 나를 붙들었다』
「그들의 결혼」은 무용수 22명이 출연하는 70분짜리 대작이다.
『지상에서의 짧고 서러운 사랑, 살아남은 자의 슬픔, 지워버리고 살지만 어쩔 수 없이 떠오르는 상처, 그런 것들을 그렸다. 여기서 「결혼」은 화합의 상징이다』
그의 광주항쟁 3부작은 각기 다른 극장을 필요로 한다. 「그해 5월」은 대극장용, 「편애의 땅」은 소극장용, 「그들의 결혼」은 중극장용으로 안무됐다. 특히 「편애의 땅」은 관객이 무대를 내려다봐야 이해가 되는 특이한 구도로 되어있다. 「그들의 결혼」이 치러질 서울 예술의전당 토월극장은 800석 규모. 이번 공연은 무대 뒤 깊숙한 공간을 갖춘 토월극장의 특성을 활용, 무대의 깊이를 최대한 살린다.
관객과 무대의 거리는 곧 과거와 현재, 삶과 죽음, 미움과 사랑의 간격이 된다. 카메라의 줌 효과처럼 무대가 다가오고 멀어지고 하면서 관객의 마음에 각인을 찍는다. 공연문의 (02)2722153∼4<오미환 기자>오미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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