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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미의 印尼사태 ‘4대 뇌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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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미의 印尼사태 ‘4대 뇌관’

입력
1998.05.0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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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네시아 위기가 또다시 급류를 타고 있다. 물가폭등에 대한 불만은 일부 지역에서 약탈 등 폭동사태로 번지고 수하르토 퇴진, 정치와 경제 개혁을 요구하는 대학생 지식인들의 외침은 수하르토 정권의 목을 점차 죄고 있다. 밖으로는 IMF의 개혁 요구에 부응하고 안으로는 「피플 파워」를 막아야 하는 수하르토 정권이 최대 위기라는 점은 분명하다. 유혈사태로 번진 인도네시아 위기가 어떻게 진행될 지 주요 변수 네가지를 짚어본다.<장인철·배국남 기자> ◎경제개혁­IMF 프로그램 시민반대에 막혀/족벌경제 수술이 위기극복 최대 관건

국제통화기금(IMF)과 국제사회가 수하르토 대통령에게 요구하고 있는 경제개혁의 성패 여부는 위기 극복의 최대 관건이다. 그러나 내외의 압력에도 불구하고 족벌구조개혁 등 근본적인 처방은 뒤쳐지고 있다. 반면 IMF가 요구에 따라 단행한 에너지 보조금 지급 금지 등 생필품 가격에 영향을 주는 개혁 프로그램들은 격렬한 시민저항을 야기, 경제개혁 전반에 심각한 딜레마를 던지고 있다.

이 대목에서 중요한 것은 수하르토의 개혁처방이 얼마나 진실한 것인가 하는 점이다. IMF나 미국 등에서는 수하르토 정부가 개혁프로그램 가운데 유가인상 등 민생을 자극하는 부분을 먼저 건드림으로써 족벌경제 등 구조적 개혁압력에 교묘히 저항한다고 보는 시각이 있다. IMF는 2개월 내 추가지원에 앞서 인도네시아 개혁추진 상황에 대해 두차례 심사를 벌일 계획이지만, 수하르토의 「이중전술」이 계속될 경우 수하르토에 대한 압박을 본격화할 가능성도 있다.

◎회교세력­국민 85% 차지 대부분 親與성향/물가폭 등 영향 反政시위참여 늘어

국민의 85%를 차지하는 회교도는 그동안 수하르토 대통령에 절대적인 지지를 보내며 정권유지의 버팀목 역할을 해왔다. 푸아드 바와지에르 재무장관을 비롯한 각료 대부분이 회교도이다. 또한 회교도들은 명목상의 국가최고기관인 국민협의회, 군부, 의회, 주요기업의 주요 요직을 장악하며 수하르토 철권 통치를 보좌하고 있다.

그러나 빈곤층 회교도들이 경제위기에 이은 물가폭등으로 생계위협을 받으면서 수하르토에 등을 돌리기 시작했다. 국내총생산의 70%를 차지하는 화교(인구의 3%)의 상점들에 대한 방화와 약탈을 일삼고 있다. 또 이슬람교육대학 등 회교계 학생들이 최근 대학생시위의 주도세력으로 부상한 점도 뚜렷한 변화이다. 한편, 지식인 그룹으로 강력한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는 인도네시아회교연합(ICMI)은 6일 수하르토 대통령에게 대대적 개혁을 공개적으로 요구했다. 앞서 회교계 지도자인 아미엔 라이스는 전날 정권퇴진운동을 밝힘으로써 보다 강도높은 투쟁을 선언하고 나섰다.

◎反政세력­지식인·시민동조 대학생도 점차연대/재야세력은 미약 조직 구심점 없어

학생 지식인 시민 빈곤층 등의 광범위한 시위참여에도 불구하고 반정부 운동이 구체적으로 조직되지는 않고 있다. 재야의 구심점으로 수카르노 전 대통령의 딸인 메가와티 여사가 주목되고 있으나 당국의 철저한 견제로 뚜렷한 활동을 벌이지는 못하고 있다. 대학생 시위를 축으로 반정부시위의 구호가 「수하르토 퇴진」으로 모아지면서 대학간 연대 및 교수·지식인 등의 동조가 확산되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에 따르면 대학생들은 최근 「대의를 위한 연대」라는 조직을 결성, 전국 40개 대학의 세력 규합을 모색 중이다.

시위에 대한 인도네시아 정부의 강경대응이 역으로 반정부세력의 결집을 이끌어내고 있다. 2월 시위 때 군기관에 납치됐던 학생운동지도자 피우스 루스트랄낭 등 2명이 납치기간중의 고문사실을 폭로한 것이 메단시에서 5,000명 이상의 대학생 연대시위를 일으켰다. 관측통들은 앞으로 위기가 계속돼 재야의 정치적 구심점이 부상할 경우 이들 반정부세력은 급격히 조직화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군부­수하르토 측근 군수뇌 포진/소외된 원로세력 반기들까 관심

위란토 국방장관은 『일부 지역의 반정부 시위가 무정부 상태를 낳고 있다』며 시위에 대해 국기(國紀) 차원의 강력한 대응방침을 거듭 밝혀왔다. 수하르토 대통령의 근위체제로 짜여진 군부가 아직까지 정권의 최후 보루로 남아있음을 증명하는 대목이다. 수하르토 대통령은 7선을 전후해 자신의 부관 출신인 위란토 장군을 국방장관에 임명하는 한편 사위인 프라보우 수비안토 장군과 역시 부관 출신인 스야프리 스얌스딘장군 등을 각각 전략군사령관과 수도방위사령관에 포진하는 등 위기상황에 대한 준비를 마쳤다.

그러나 최근 영국 국제전략문제연구소(IISS)는 군부의 이반 가능성을 예고하고 있어 주목된다. IISS 분석에 따르면 수하르토는 최근 군부 개편과정에서 밀려난 독립전쟁 세대로부터 잠재적 반감을 산 것으로 알려졌다. 따라서 군에 대한 영향력이 남아있는 원로세력의 선도로 군이 결국 국민의 편에 설 가능성이 남아있다. 군이 수하르토에 정면으로 반기를 들지 않더라도 위기가 심화할 경우 일정한 목소리를 낼 여지는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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