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환위기 수사가 막바지에 이른 시점에 김영삼전대통령의 답변서를 통해 그동안 잠복했던 「임창렬 책임론」이 불거져 검찰이 당혹스러워 하고 있다.김전대통령의 답변 요지는 크게 두가지. 하나는 지금까지 알려진 것과 달리 지난해 11월10일 홍재형(洪在馨) 전 경제부총리의 전화보고를 받기 전 강경식 전 부총리로부터 외환위기의 심각성을 보고받고 IMF지원 검토를 지시했다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임전부총리에게 임명전 세차례 IMF지원요청 사실을 알리고 철저한 대비를 지시했다는 것이다.
김전대통령의 주장이 사실이면 강전부총리와 김인호(金仁浩) 전 수석의 직무유기 혐의는 인정하기 어렵게 된다. 이들의 혐의가 김전대통령에게 외환위기 심각성을 늑장보고하고 IMF지원을 회피하려 한 것이기 때문이다. 대신 대통령의 지시를 어긴 임전부총리가 외환위기를 악화시킨 책임을 면할 수 없게 된다.
그러나 이에 대해 검찰은 시큰둥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우선 답변서 내용이 얼마나 사실에 부합하느냐가 문제다. 당장 임전부총리는 『대통령이 세번이나 지시했는데 이를 어길 장관이 어디 있느냐』며 김전대통령의 주장을 부인하고 있다. 검찰도 IMF지원결정이 내려지기 이틀전인 지난해 11월12일 임전부총리(당시 통산부장관)에게 알렸다는 것에 의구심을 나타냈다.
검찰 관계자는 『김전대통령의 답변서도 하나의 참고자료에 불과하다』면서 『관련자들의 주장을 종합해 사실관계를 확정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임전부총리의 수사여부에 대해서도 『감사원이 수사의뢰한 강경식·김인호씨의 직무유기 혐의 외에는 수사대상이 아니다』고 말했다. 검찰은 임전부총리 수사가 사건의 본질을 흐리고 정치게임에 말려들 수 있다는 점에서 조심스러워 하고 있다.
검찰은 그동안 참고인조사와 관련자료를 통해 강전부총리와 김전수석의 혐의 입증에 자신감을 얻은 듯하다. 결국 직무유기 혐의에 대한 법조계 안팎의 논란에도 불구하고 이들의 구속으로 수사가 사실상 마무리될 것 같다.<김상철 기자>김상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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