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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2K 섬멸” 정부·기업 전면전 선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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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2K 섬멸” 정부·기업 전면전 선언

입력
1998.05.0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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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레니엄버그 해결 미루다 또다른 國亂 부를라”/뒤늦게나마 심각성 인식,대책반 가동 잇달아/그러나 中企·제2금융권은 여전히 사각지대「Y2K(밀레니엄 버그의 별칭)를 섬멸하라」

밀레니엄 버그를 퇴치하기 위한 특급작전이 본격 막을 올렸다. 정부는 물론 병원 동사무소등 공공기관과 일반 기업에 이르기까지 총력전이 펼쳐지고 있다. 이미 90년대 중반 이후부터 범정부차원에서 대책마련에 나선 미국과 일본등 선진국에 비하면 우리나라는 4-5년 뒤진 상태. 뒤늦게나마 밀레니엄 버그가 몰고올 대재앙의 심각성을 깨달은 것이다.

2000년까지는 불과 600여일. 발등에 불이 떨어진 정부는 최근 밀레니엄 버그와의 전면전을 선언했다. 밀레니엄 버그 문제 해결을 더 이상 늦추다가는 돌이킬수 없는 또하나의 국란으로 이어질지도 모른다는 판단때문이다.

정부는 지난달 17일 국무총리실 국무조정실에 버그와의 전쟁을 진두지휘하게 될 「컴퓨터 2000년 문제 대책협의회」를 구성, 활동에 들어갔다. 정보통신부에는 실무진으로 구성된 「2000년문제 대책반」이 가동되고 있다. 또 지난달 30일에는 정통부 산하기관인 한국전산원에 기술자문과 정보서비스를 전담하게 될 「2000년문제 종합지원센터」가 간판을 내걸었다.

정부는 이 기구들을 중심으로 대대적인 실태조사를 벌이고 있다. 주민등록관리 시스템을 비롯해 의료보험관리체계와 항공관재 및 예약시스템, 국세청의 통합전산망, 그리고 가스와 전기공급프로그램에 이르기까지 국민생활에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거의 모든 공공분야가 점검대상이다. 이와함께 5월초부터 8월까지 공무원을 대상으로 특별교육을 실시할 계획이다. 또 6월초까지 한달여간 부산 광주등 전국 6개 지방도시를 중심으로 순회설명회를 개최하는 대장정에도 올라있다. 정보통신부 정보기획실 손승현사무관은 『선진국보다 다소 늦기는 했지만 지금부터라도 체계적으로 접근하면 재앙을 비켜갈수 있다』고 강조했다.

재계에도 비상이 걸려있다. 생산라인이 멈춰서고 인사와 자금관리등 경영시스템에 일대 혼란이 빚어질지도 모르는 등 기업의 사활이 걸린 문제다. 이미 지난해초 국내에서는 처음으로 LG화학의 컴퓨터 연도 표기 변환을 마친 LG그룹은 올해안으로 전계열사가 모두 밀레니엄 버그 문제를 해결한다는 계획하에 새로운 전산시스템 구축에 열을 올리고 있다. 삼성그룹도 시스템통합(SI)업체인 삼성SDS와 삼성항공이 자체 개발한 「유니세이버2000」이라는 제거프로그램(솔루션)을 전계열사로 확대, 적용하고 있다. 또한 현대와 대우도 계열SI업체를 중심으로 이에 대한 대책마련을 서두르고 있다.

문제는 중소기업. 중소기업청이 지난달 전국 158개 중소기업들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조사대상기업의 67%(106개)가 밀레니엄 버그 해결을 위해 아직 제대로 손을 쓰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중소기업청 정보화지원과 장홍순과장은 『중소기업들은 대기업과는 달리 투자여력도 없는데다 경영진 스스로 인식도 부족해 밀레니엄 버그 문제의 사각지대로 남아있다』고 지적했다.

금융기관은 사정이 나은 편이다. 밀레니엄 버그로 금융거래 및 결제시스템에 막대한 혼란과 부작용을 우려, 일찌감치 한국은행이 지휘봉을 잡고 대응에 나선 결과다. 국내 33개 시중은행중 31개 은행이 밀레니엄 버그문제를 완전히 해결했거나 테스트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이에비해 제2금융권의 해결 움직임은 미진한 모습이다. 특히 구조조정의 소용돌이속에 미래를 장담할수 없는 증권사나 종금사들이 밀레니엄 버그 문제에 신경을 쓸 여력조차 없다는 것이 내부 관계자들의 하소연이다. 한국은행 전자금융과 함찬호과장은 『외국 신용평가사들은 밀레니엄버그 해결여부를 신용평가의 중요한 척도로 삼고 이를 물어오고 있다』며 『우리 금융산업의 신뢰도와도 직결되는 문제』라고 강조했다. 금융권 전체의 공동 대응 노력이 절실하다는 것이다.<김병주 기자>

◎“하드웨어만 바꿔선 안되는데…/안이한 태도가 문제해결 걸림돌”/한국전산원 기술지원팀 이강신 팀장

『밀레니엄 버그를 대하면 대할수록 두렵다는 생각이 듭니다』

한국전산원 부설 2000년문제 종합지원센터의 이강신 기술지원팀장은 『밀레니엄 버그를 언제든지 손쉽게 풀수 있을 것으로 생각하는 안이한 태도가 문제해결의 가장 큰 걸림돌』이라고 말했다. 이팀장은 『밀레니엄 버그 문제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하면 새로운 세기로 들어가기 위해 엄청난 대가를 치러야 할 지도 모른다』고 지적했다.

이팀장은 요즘 눈코 뜰새가 없다. 누구보다 바쁜 것 같다. 아침 7시에 집을 나서면 자정이 다 돼서야 파김치가 된 몸으로 돌아 온다. 하루종일 컴퓨터와 씨름하느라 끼니를 거르는 것은 예사다. 지난달 말부터 3주째 계속되고 있는 병원 통신 항공등 10개 공공부문에 대한 현장 실사작업 때문이다. 밀레니엄 버그 해결 작업을 벌이고 있는 관련 기관들의 업무추진 현황과 문제점을 파악하는 것이 그의 임무. 이를 바탕으로 정부는 범정부차원의 구체적인 종합대책을 마련할 계획이다.

『밀레니엄 버그 퇴치는 연도표기가 돼 있는 하드웨어(마이크로 칩)만 바꿔 준다고 되는 것이 아닙니다. 변환에 따른 소프트웨어 운영과 다른 관련기관과의 원활한 연계에 대해서도 치밀한 점검이 필요합니다』

이팀장은 이를 인체의 얼키고 설킨 수많은 신경조직을 모두 다 뜯어고치는 대수술에 비유했다.

지난해 2월 정보통신부차원의 종합대책반이 구성되면서 밀레니엄 버그와 싸움을 시작했다는 이팀장은 『멀고 험한 길을 걷는 심정』이라고 말했다.

이팀장은 『그나마 확실한 성공보장도 돼 있지않다』는 점에 우려를 표시했다. 이미 3년전부터 밀레니엄 버그 해결을 위해 전력투구하고 있는 미국에서도 30%는 실패할 것이라는 우울한 예측이 나오고 있을만큼 불확실한 싸움이라는 설명이다.<김병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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