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자리 따라다니기 8년/자신이 명명한 신종 포함/한반도서 15종 새로 발견/생업 포기 ‘재야곤충박사’날씨가 더워서인지 벌써 잠자리가 눈에 띈다. 최근 「한국의 잠자리」라는 책을 낸 김정환씨(50)는 8년째 잠자리를 쫓아다니고 있다. 전국의 강과 섬 어디든 안 다녀본 곳이 없다. 백두산까지 올랐다. 한반도에 사는 잠자리의 종류와 그들의 생태를 연구하기 위해서다.
김씨는 자유롭게 비행하는 잠자리들을 촬영하고 생명탄생의 신비로운 순간을숨 죽인채 지켜보았다. 그는 이 과정에서 한반도에 서식하는 15종의 잠자리를 새로 발견했다. 그중 1종은 세계 학계에도 보고되지 않은 신종으로 그는 이 잠자리에 「한림청실잠자리」라는 학명을 붙여줬다.
1년에 절반 이상은 야외생활. 누구보다 가족들에게 미안하다는 김씨는 자신의 삶을 『자연의 덫에 걸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14년전. 공구제조업체를 운영하느라 턱까지 숨이 차 있던 김씨에게 우연히 브라운관에서 마주친 나비의 생태는 신선한 충격이었다. 『보잘 것 없는 것으로 알았던 곤충의 세계에 그렇게 심오한 우주의 섭리가 담겨 있을 줄은 몰랐습니다』
김씨는 포충망과 카메라를 짊어진채 집을 떠났다. 93년에는 생업까지 포기한채 서울 구로동에 고려곤충연구소를 차리고 「재야 곤충박사」로 본격적인 활동을 펼치고 있다. 곤충의 생태를 담은 10만권의 사진자료와 8권의 책을 남겼다.
「자급자족」이 가장 큰 어려움이다. 강연료와 인지세가 주수입원. 하지만 초등학교 5학년과 중학교 2학년인 두 아들의 등록금을 마련하기도 벅차다. 『선진국에서는 각 분야의 전문가들이 활동할수 있도록 사회적인 인식과 함께 재정을 뒷받침해줄 후원자들도 많다』고 소개하는 김씨는 『곤충을 연구한다고 하면 대뜸 그게 무슨 돈이 되느냐고 묻는 게 우리 풍토』라고 말했다.
잠자리 날아다니다/장다리꽃에 앉았다/살금살금 바둑이가/잡다가 놓쳐 버렸다/짖다가 날려버렸다
이 동요를 마음속으로 따라부르다 보면 해질 무렵 붉은 노을 아래 잠자리가 떼를 지어 날아다니던 어린 시절이 떠오른다는 김씨. 그는 『그런 잠자리를 쫓아다니며 잡아서 손가락 사이에 날개를 끼고 신기하게 바라보는 어린이들을 요즘 보기 힘들다』고 안타까워했다.<김병주 기자>김병주>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