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지하철 7호선 침수사고 복구작업을 바라보는 서울시민들의 가슴은 답답하기만 하다. 평소에도 교통이 혼잡하기로 유명한 서울 동북부 간선도로들이 사고 이후 주차장으로 변하다시피 해 한시라도 빨리 복구작업이 끝나기만 학수고대하고 있는데, 운행재개일이 자꾸 연기된다는 소식만 전해지는 것이다.3일 오후면 운행을 재개할 수 있다던 장담은 슬며시 11일로 늦추어졌고, 이제는 그것도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다.
11개 역사에 수심 10m가 넘도록 고인 80만여톤의 물을 퍼내는 작업만 보아도 얼마나 손발이 안맞고 준비가 소홀한지 알 수 있다. 3일에서 5일로 늦추어진 양수작업은 다시 7일로 연기됐으나 5일 낮까지 퍼낸 물이 50% 남짓한 42만여톤에 불과해 양수작업은 언제 끝날지 모를 일이다. 이토록 작업능률이 지지부진한 것은 장비동원이 늦은데다, 인력이 부족하고 전기공급이 제대로 안됐기 때문이다. 보고상으로는 240여대의 양수기가 물을 푸고 있는 것으로 돼있지만 실제로 가동되는 것은 160여대 뿐이다. 현장을 둘러본 사람들은 발전기와 호스 공급이 늦어져 노는 양수기가 많더라고 개탄하고 있다. 아무리 많아도 신통한 성능을 기대하기 어려운 10마력 짜리 농업용 양수기보다는 정수장마다 있는 300마력 짜리 고성능 양수기 동원을 한동안 생각도 못했으니 얼마나 허둥댔는지 짐작할 만하다.
오죽 답답했으면 강덕기(姜德基) 시장직무대리가 『언제부터 서울시가 이 지경이 됐느냐』고 개탄했겠는가. 강시장대리는 4일 인사치레로나마 현장에 얼굴을 내미는 구청장이 없다고 질책했다. 11개 현장에 파견한 책임자들에게 『복구가 끝날 때까지 절대로 자리를 뜨지말라』고 지시한 것도 적당히 시간만 때우고 있는 담당 공직자들에 대한 경고이다.
대체교통 수단 운영도 무성의하고 무책임하다. 30만 교통인구의 대체 교통수단으로 고작 셔틀버스 25대를 투입한 것도 그렇고, 그나마 승강장 표지는 물론 홍보조차 제대로 하지 않아 시민들만 골탕먹었다. 성수대교와 삼풍아파트 붕괴사고를 계기로 생긴 종합재해대책본부는 어디 갔는가. 이번 사고 수습에는 자그마치 수습대책본부가 5개나 설치돼 행정명령과 정보전달의 지체, 중복보고와 이중삼중의 현황파악으로 날이 저문다. 뻔한 지시를 되풀이하고, 밑에서는 같은 사항을 또 보고하고 파악하느라 꼭 할 일을 못한다.
이번 사고원인과 수습의 난맥상이 나라와 지방정부의 살림을 지금의 행정조직과 구성원들에게 그대로 맡겨도 좋은지 회의를 갖게 하는 계기가 됐다는 것을 관계 당사자들은 깨달아주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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