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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라토너의 심폐기능(궁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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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라토너의 심폐기능(궁금합니다)

입력
1998.05.0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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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장은 부모,폐는 노력이 만든다/이봉주·황영조 등 1급선수들 심장크기 일반인의 1.5배/최대 산소섭취량 1.7배/혈액공급도 약 2배 많아/성장기에 꾸준히 훈련하면 폐활량은 선수 수준 가능하나/심장크기는 23% 정도만 늘어/결국 마라토너는 타고나는 셈「당신은 마라톤 풀코스(42.195㎞)를 몇시간만에 주파할 수 있겠습니까」

세계적인 마라토너들은 이 거리를 2시간여만에 달린다. 한국의 대표적 마라토너 이봉주(28·코오롱)는 지난달 로테르담마라톤에서 준우승을 차지하면서 2시간7분44초의 한국신기록을 세웠다. 이봉주의 이 기록을 풀이하면 웬만한 성인이 100m를 전력으로 달렸을 경우 가능한 18초16의 속도를 유지해 422차례 연속해서 뛰는 것과 같다.

이같은 「초인적」인 능력은 어디에서 오는 것일까. 한국체육과학연구원의 윤성원(42) 박사는 『마라토너는 뛰어난 심폐기능을 갖고 있다. 자동차에 비유하면 일반인이 4기통 차라면 마라토너들은 6기통의 고성능 엔진을 단 「인간 기관차」와도 같다』고 분석한다.

각종 수치에서도 뚜렷하게 비교된다. 심폐기능을 나타내는 가장 기본적인 평가 척도는 1분당 공기중의 산소를 섭취할 수 있는 능력을 나타내는 최대산소섭취량. 지난달 체육과학연구원이 측정한 이봉주의 최대산소섭취량은 78.6㎖로 일반인(45㎖)보다 1.7배나 많다. 2시간6분50초의 세계신기록을 갖고 있는 에티오피아의 딘사모는 80.6㎖, 92바르셀로나올림픽 금메달리스트인 황영조는 82.5㎖를 기록했다.

심장 크기도 다르다. 이봉주등 마라토너들은 지름이 15.5㎝에 달하는 큰 심장을 갖고 있다. 10㎝에 불과한 일반인들과는 비교가 되지 않는다. 이러한 커다란 심장을 이용해 마라토너들은 한번 박동할때마다 180∼200㎖에 달하는 피를 뿜어낸다. 일반인들은 110∼120㎖에 불과하고 다른 종목의 운동선수들도 160∼170㎖ 정도에 그친다.

과연 이런 기능들은 인체에 어떻게 작용해 마라토너들을 「초인적」으로 만들고 있는가. 근육을 움직이기 위해서는 ATP(Adenosine Triphosphate)로 알려진 화학 에너지가 필요하다. ATP는 근육 섬유 자체에 저장돼 있기도 하고 근육 자체에서 만들어지기도 한다. 근육속에 저장된 ATP는 인간이 순간적인 반사작용을 할때 주로 쓰이는데 양이 적어 3∼5초를 견디기 어렵다. 또 근육에서 만들어지는 ATP 역시 20∼60초 이상을 지속하기가 어려워 역도 선수등 순간적인 힘을 쓰는 선수들에게 필요하다. 일반적으로 알려진 무산소운동이 바로 이것이다.

반대로 마라톤처럼 지속적으로 에너지를 써야하는 운동은 유산소운동이다. 유산소운동은 음식물 등으로 체내에 흡수된 탄수화물 지방 단백질 등이 산소에 의해 분해되면서 ATP를 만드는 것이다. 산소는 폐에서 혈액에 흡수되고 이 혈액은 심장 박동에 의해 신체 각 부분에 전달된다. 심장과 폐의 기능이 좋을수록 에너지 생산 능력이 뛰어날수 밖에 없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이러한 심폐기능은 선천적인 것인가. 윤박사는 『성장기의 운동선수는 과학적인 트레이닝을 통해 심장 크기를 23% 정도 늘일 수 있지만 마라토너와 같은 거대한 심장을 가지지는 못한다. 다만 성인의 경우 꾸준한 운동으로 심장 벽을 두껍게 만들어 피를 뿜어내는 수축력을 높이는 것은 가능하다』고 말했다. 즉 마라토너는 타고 나는 셈이다.

반면 폐의 능력은 노력 여하에 따라 크게 강화된다. 한번 내쉬는 공기의 최대량을 측정하는 폐활량의 경우 일반인은 1분동안 125∼170ℓ에 불과하지만 꾸준한 트레이닝으로 마라토너 수준인 270ℓ까지 끌어 올릴 수 있다고 한다.

종근당 홍보실에서 부장으로 근무하는 김성남(44)씨는 40대의 나이인 95년부터 마라톤을 시작, 그동안 5차례나 풀코스를 완주했다. 아직까지 4시간 이내에 주파한 적은 없지만 군대에서 10㎞ 구보도 힘겨워 했던 그로서는 커다란 발전이다. 심폐기능이 좋아진 것은 말할 나위도 없다. 한때 90㎞가 넘던 체중이 78㎞로 줄었고 심장과 관련한 성인병 증세가 없어져 자주 찾던 한의사가 체질이 변했다며 놀랐다고 한다.

또 김씨와 동갑내기로 한국통신 광고기획부에서 과장으로 근무하는 박종남씨의 경우도 마찬가지. 어려서 잔병 치레가 잦아 부모님으로부터 「시집가기도 힘들겠다」는 소릴 들었다던 박씨는 하프마라톤을 1시간30분에 주파하는 실력을 갖추면서 남자 못지 않은 건강을 자랑하고 있다. 올해 안에 마라톤 풀코스에 도전할 계획이다.하지만 이들은 절대로 이봉주 선수처럼 달릴수는 없다. 심폐기능의 강화에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장래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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