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칙칙한 구치소 담장이 동심펴는 멋진 벽화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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칙칙한 구치소 담장이 동심펴는 멋진 벽화로

입력
1998.05.0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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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동구치소 벽 50m에 첨성대·비행기 등 그림/“인접 초등학교에 선물”성동구치소와 인접한 서울 송파구 가주초등학교와 가동초등학교 어린이들과 학부모들은 가정의 달 5월을 맞아 멋진 선물을 받았다.

구치소와 마주보고 있는 가주초등학교, 구치소 담을 사이에 두고 나란히 있는 가동초등학교 학부모들은 구치소 담장을 바라보며 6년동안 학교에 다녀야 하는 자녀들 때문에 늘 마음이 아팠다. 이 곳 초등학생들은 면회객들의 침통한 표정, 출감하는 재소자들의 어두운 얼굴을 보고 자랄 수 밖에 없었다.

문제점을 아는 사람들은 많았지만 어느 누구도 대안을 제시하지는 못했다. 구치소를 옮기기도 쉽지 않고 두 초등학교를 이전하기는 더욱 어려운 일이었다. 그러던중 김명환(金明煥) 구치소장이 「구치소 벽을 동심을 한껏 담은 벽화」로 바꾸어 부모들의 걱정을 덜어 줬다. 김소장은 최근 10개월 실형을 선고 받고 4개월째 복역중인 서양화가 양모(49)씨에게 부탁, 열흘간의 작업끝에 구치소 정문 좌측 담장 50m에 어린이들을 위한 벽화를 완성했다. 별자리를 관찰하는 첨성대, 우주공간으로 비상하는 종이비행기, 행성들 사이에 자리잡고 있는 우주정거장 등이 예쁘게 그려져 있다.

김소장은 『보기만 해도 질리는 회색 담장이 커다란 도화지가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며 『이제야 동네 초등학생들에 대한 미안한 마음을 다소나마 떨쳐 버릴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구치소측은 500여m의 담장중 정문 좌우 230m를 벽화로 장식할 계획이다. 정문 왼쪽으로는 어린이들에게 무한한 상상력을 키워주는 공상과학을 소재로 한 그림으로, 오른쪽은 곰돌이와 둘리,미키마우스 등 만화속 주인공들로 메울 계획이다.

두 초등학교의 어린이들은 매일 조금씩 완성돼가는 벽화가 신기하기만 하다. 가주초등학교 3학년 김인수(9)군은 『아침에 일어나면 오늘은 또 어떤 그림이 그려져 있을 지 궁금해 빨리 가서 보고 싶어진다』고 말했다.<유병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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