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직자겨냥 여행사상품 현지사정 깜깜 값도 비싸/한국이미지만 해치기도IMF체제이후 국내 여행사들이 이른바 「보따리 교역」 여행상품을 개발, 실직자들을 유혹하고 있다. 보따리 교역 여행상품은 현재 3∼4개 여행사가 늘어나는 실직자들을 겨냥해 중국을 목적지로 판매중인데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심정의 실직자들이 솔깃해 많이 신청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보따리 교역에 뛰어든 대부분의 실직자들이 중국 현지 사정에 어두운데다 우리나라 상품의 가격경쟁력이 떨어져 본전도 건지지 못한채 여행비까지 날리고 돌아오는 사례가 잦다.
올해초 일부 여행사에서 선보인 중국 보따리 교역 여행상품에는 매달 신청자가 500여명씩 몰리고 있다. 대부분 중국이 초행인 이들은 통상 4박5일 정도의 여행기간내에 물건을 팔지못하고 구입가의 절반도 안되는 값에 넘기고 돌아오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4일 오후 3시 서울 C항공 사무실. 8일 인천에서 신천페리를 타고 중국 톈진(天津)으로 가는 4박5일 코스의 보따리 교역 설명회가 열렸다. 여행사 관계자는 설명회에 참석한 사람들에게 『다리품만 잘 팔면 최소한 두배장사는 된다』며 권유했다. 여행비용은 33만원선. 그러나 배에서 보내는 4일을 빼면 실제로 영업을 할 수 있는 시간은 하루남짓. 이 짧은 기간에 톈진도매시장에서 물건을 팔아치우는 것은 간단치 않다.
이들이 권하는 품목은 유아용품, 문구류, 신발류, 라면, 치약, 속옷, 화장품 등. 또 개당 적당한 가격수준은 중국돈 100위안(元·한화 1만7,000원)선이다. 갖가지 성공사례를 소개한 여행사 관계자는 『국내 상품 구입선만 확실하게 확보하고 현지 바이어만 잘 잡으면 성공할 수 있다』고 유혹했다.
이같은 중국 보따리 교역 여행상품을 판매하고 있는 곳은 C항공외에도 K여행사, G여행사 등 서울에만 3∼4곳. 요즘도 한차례 60∼70명씩 신천페리를 이용해 톈진, 베이징(北京), 상하이(上海) 등지로 보따리 교역을 떠나고 있다.
그러나 중국내 대부분의 도시에 한국상품이 이미 많이 깔려있고 최소한 5∼6년 이상 알고 지낸 거래선이 아니면 접근이 잘 안되는 중국인의 상거래 관행상 섣부른 기대는 말아야 한다는 게 실제로 참가했던 사람들의 말이다.
박모(43·경기 안산시 본오동)씨는 『3월초 100만원 상당의 화장품을 국내에서 구입해 톈진도매시장에 갔으나 팔지 못해 결국 호텔에서 만난 재중동포에게 구입가보다 30% 싼 가격에 밑지고 넘겼다』고 말했다.
그런데도 8차례 보따리 교역단을 보낸 C항공 관계자는 『참가자 모두가 성공하는 것은 아니고 성공률은 40% 정도』라고 털어놓고 『큰 욕심 부리지 않고 시간을 두고 파고들면 좋은 돈벌이 기회가 된다』고 주장했다.
보따리 교역이 성행하면서 지적되는 폐해도 만만찮다. 한국상품이 보따리 교역상들에 의해 덤핑가격으로 중국시장에 대량으로 흘러들어갈 경우 한국상품의 이미지가 실추된다는 것이다. 또 선박을 주로 이용하는 교역상들이 대부분 1인당 100㎏까지 허용된 중국통관 규정을 어겨 무역분쟁을 야기할 소지도 높다는 지적이다.<박천호 기자>박천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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