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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청자 주권(새 방송법 어떻게 만들까: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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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청자 주권(새 방송법 어떻게 만들까:5)

입력
1998.05.0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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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청자委 설치 일단 긍정평가/편성 등 시정요구권 진일보/방송위의 입김소지엔 우려/실질적 독립성 보장해야서울 종로2가 YMCA 본관 뒷쪽의 YMCA 시청자운동본부 청소년사업부 사무실. 지난 달 24일 이 단체가 범죄재연 프로그램에 의한 시청자 피해사례를 모아 방송사를 상대로 민사소송을 제기할 것이라는 방침을 세우자 제보전화가 밀려 들고 있다.

TV의 범죄재연 프로그램에 대해 시청자들이 거부반응을 보인 것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학계와 언론도 폐해를 지적하며 시정을 요구했지만 방송사들은 아랑곳하지 않았다. 이 단체가 방송사의 프로그램을 문제삼아 초유의 민사소송을 제기하려 하는 것은 더 이상 방송사들이 시청자주권을 무시하는 것을 참을 수 없다는 의지의 표현이라고 할 수 있다.

우리 방송 역사를 되돌아 보면 전파의 주인인 국민의 방송에 대한 권리가 철저히 외면돼 온 것이 사실이다. 극단적으로 말하면 방송은 국민을 일방적 내용 전달의 대상으로만 간주해 왔다고 볼 수 있다. 87년 처음 제정된 방송법을 비롯, 현행 방송법에도 시청자주권에 대한 개념은 전무하거나 형식적인 선에서 머무르고 있다.

국민회의의 통합방송법 시안은 시청자의 권익보호를 명시하고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다. 시안은 방송사내에 방송위가 인정하는 시청자단체의 추천 인사들로 구성하는 시청자위원회를 설치하게 하고 있다. 시청자위는 방송사의 편성과 자체 심의규정 및 방송프로그램등에 관해 의견제시 또는 시정요구를 할 수 있고 방송사는 특별한 사유가 없는한 이를 수용해야 한다. 거부할 경우 시청자위는 방송위에 시청자 불만처리를 요청할 수 있다. 또 방송사로 하여금 주당 60분씩 시청자 평가 프로그램을 편성하게 하고 있으며, 시청자위의 대표는 방송위원회에 출석해 자신들의 의견을 밝힐 수 있게 했다. 이같은 시안은 처음으로 「방송을 국민에게 돌려주어야 한다」는 입장을 담고 있다는 평가 속에 시민단체들로부터 환영받고 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시청자위원을 방송위가 정하는 단체의 추천을 받도록 하고, 방송위가 방송발전기금으로 시청자단체의 활동 및 사업을 지원할 수 있게 한 점에 우려의 시선을 보내고 있다. 시청자위의 위상 제고와 열악한 시청자단체의 육성을 위한 것이라고 해석할 수도 있지만 방송위가 시청자위와 단체의 상부기구로 군림하게 만들 개연성이 있다는 지적이다. 전문가들은 통합방송법 시안상 거대조직으로 탈바꿈하는 통합방송위의 견제를 위해서라도 시청자단체의 독립성과 자율성이 확보돼야 한다고 강조한다.

이경숙 시청자연대회의 공동대표는 『시청자위에 실질적인 사전·사후 심의권을 부여해 시청자에 의한 방송통제가 실현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려면 새로운 시청자위의 독립적인 위상확립과 민간단체의 자생력 확보가 필요하다. 따라서 국가적 차원의 제도적 지원도 필요하지만 민간단체 스스로의 노력도 필수적이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주장이다. 85년 YMCA의 모니터 활동으로 시작된 우리 시청자운동은 아직도 걸음마단계에 머무르고 있다. 빈곤한 재정등 활동여건이 열악하기 그지없어 효율적인 시청자운동을 펼치기는 역부족인 상황이다. 시민단체들은 이같은 현실을 안타까워하며 『왜곡된 역사로 점철된 우리 방송을 바로잡고, 당연한 권리인 시청자주권을 되찾기 위해서는 국민들의 적극적인 참여가 필요하다』고 호소하고 있다.<김철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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