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부거래 빼니 ‘속빈강정’… 상장사 부채1,070조/전자업체 3社 손실감소 1·2·3위 불명예 기록상장기업 대부분의 재무상태가 이제까지 알려진것 이상으로 심각하다. 개별기업 단위의 재무제표상으로는 적자규모가 크지 않은 것처럼 보였지만 지배회사(모회사)와 종속회사(자회사)간의 내부거래를 제거한 연결재무제표를 작성해 본 결과 적자규모가 엄청난 것으로 조사된 것이다. 우리나라의 간판기업이라 할 수 있는 상장기업의 경영상태가 「속빈 강정」이라는 지적이다. 특히 30대그룹 92개 주력기업의 적자합계는 개별결산시 5,095억원이었지만 연결재무제표상에서는 무려 3조5,847억원이나 됐다.
적자 증가분을 자본총계에서 뺌에 따라 276개 상장기업의 자본총계도 3조7,064억원이나 줄어들었다. 또 종속회사들의 부채를 모기업에 합산한 결과 부채총계는 784조2,000억원에서 1,070조7,000억원으로 1,000조원대를 넘어섰다. 겉보기보다 빚은 늘고 손에 쥔 것은 줄어든 실상이 연결재무제표라는 돋보기를 통해 드러난 것이다.
내부거래 정도가 심하다 보니 종속기업의 경영상태에 따라 모기업의 연결재무제표상 경영실적에 희비가 엇갈렸다. 고합은 독일의 자회사 M테크가 낸 이익에 환율상승분까지 계산돼 개별결산시 19억원 적자였던 것이 455억원 흑자로 역전됐다. 반대로 현대건설은 종속회사인 현대전자가 680억원의 손실을 보는 바람에 당초 140억원 흑자에서 624억원 적자로 돌아섰다.
연결재무제표를 작성하면 종속회사의 매출분까지 모기업에 잡히기 때문에 모기업의 매출액이 증가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하지만 매출액이 오히려 줄어든 기업이 22개나 됐다. 매출액의 상당부분이 기업외부로 판매되는게 아니라 종속회사의 창고에 쌓여 있다는 이야기다. 수출을 주로 하는 영원무역 삼양통상의 연결재무제표상 매출액이 각각 445억원, 321억원 줄어든 것이 이같은 경우다.
연결재무제표를 통해 기업들의 실제 경영실적을 어느정도 파악할 수 있지만 여전히 기업 경영의 투명성을 확보하는데는 한계가 있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증권거래소 상장공시부 손평식(孫平植) 박사는 『복잡한 소유구조를 통해 총수가 지배권을 행사하고 있는 기업집단의 실상을 제대로 파악하기 위해서는 2000년 도입되는 결합재무제표를 주 재무제표로 정착시켜야 한다』고 말했다.<김준형 기자>김준형>
◎연결재무제표/기업경영 투명성 위해 종속기업 재무상황 합산
독립된 2개 이상의 회사간에 지배·종속관계가 성립되는 경우 이들 기업의 재무제표를 한꺼번에 결합하여 작성한 재무제표를 말한다. 기업 경영의 투명성을 높이기 위해 92년 처음 도입됐다. 「주식회사의 외부감사에 관한 법률」은 외부감사를 받는 기업 가운데 다른 기업의 지분 50%이상을 보유했거나, 지분 30%이상으로 최대주주인 경우를 연결재무제표 작성 의무기업으로 규정하고 있다.
지배·종속관계 회사간 자본투자금액과 내부거래(채권·채무, 매출·매입 등)는 겹치는 부분을 제외한 후 계산하며 자산 부채 등은 합산해 작성한다.
지분에 상관없이 특정회사나 주주가 사실상 경영권을 행사하는 모든 계열사를 대상으로 작성하는 결합재무제표는 2000년 5월부터 도입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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