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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영해의 이중전략/이태규 사회부 기자(기자의 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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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영해의 이중전략/이태규 사회부 기자(기자의 눈)

입력
1998.05.0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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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일 서울지법 남부지원 1호법정에는 권영해(權寧海)전 안기부장이 수감된지 33일만에 모습을 나타냈다. 1호법정은 93년 장세동(張世東)전 안기부장이 「용팔이 사건」으로 재판을 받아 안기부장과는 악연이 있는 곳이다.얼마전까지 국가정보기관의 최고책임자였던 권씨는 푸른색 수의를 입은 피고인의 신분으로 바뀌었으나 비교적 건강한 모습이었다. 그러나 장씨처럼 권력의 부침과 함께 뒤바뀐 자신의 운명을 체념한듯 덤덤한 표정이었다.

이를 지켜본 방청객 150여명의 관심은 자연 두 사람의 행태비교로 옮겨졌다. 부당한 정치개입으로 재판을 받는다는 점에선 동일하지만 권씨는 장씨와는 여러면에서 대조가 되기 때문이다. 우선 5공비리청산 차원에서 사법처리된 장씨와 달리 권씨는 정보기관의 책임자가 직무와 관련해 처음으로 단죄를 받는 처지였다. 또 장씨는 자신의 죄를 깨끗이 승복한 반면 권씨는 자해소동과 구속을 피하기 위한 지루한 버티기로 여론의 질타를 받아왔다.

재판초기 권씨는 『책임은 내가 지겠다』며 기자회견공작을 지시한 사실을 인정했다. 그러나 정작 회견내용의 진위를 묻는 추궁에는 『여러통로로 입수된 첩보가 자료가 됐다』며 『추후 근거를 공개할 수도 있다』는 애매한 답변으로 핵심을 비켜나갔다. 부하직원들이 1년이상 매달려서 입증하지 못한 첩보를 신빙성이 있다고 판단한 배경에 대해서도 「민감한 사안」을 이유로 답변을 회피했다. 또 변호인을 통해서는 자신을 교통경찰관에 비유, 『달아나는 용의자를 검거하기 위해 신호위반을 한 교통경찰관이 왜 죄가 되느냐』고 엉뚱한 반론을 폈다.

권씨는 이날 자신의 죄를 면하기위해 온갖 궁색한 논리를 동원했으나 결국은 명백한 근거가 없는 첩보라도 정보기관에서 「마음먹고」 가공하면 어떤 공작도 가능하다는 점을 거꾸로 확인시켜준 셈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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