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어장애·기억력 감퇴가 초기증상/약물요법으로 이상행동 조절하고/病因의 하나인 뇌혈관질환 치료/오락·취미생활 등 비약물요법도 중요가족의 소중함을 절실하게 느끼게 되는 가정의 달이다. 노부모의 건강에는 더욱 관심이 쏠린다. 성인병도 걱정스럽지만 치매는 더 무섭다. 치매란 정상인이 각종 뇌질환으로 인해 지적 능력을 상실한 경우를 말한다. 뇌세포는 몸의 다른 세포와 달리 일단 손상되면 재생이 불가능하다. 아무리 좋은 약이 있어도 한 번 손상된 뇌세포를 되살릴 수는 없다. 따라서 뇌세포가 파괴되는 원인을 미리 찾아 제거하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
치매를 조기 발견해야 하는 또 다른 이유는 치료할 수 있는 치매가 있기 때문이다. 치매의 원인질환은 매우 다양하다. 이 중 치료 가능한 치매는 10∼20%. 이 경우도 치료가 어려운 알츠하이머병과 동일한 증상을 보일 수 있어 자칫 치료를 포기하는 우를 범하기 쉽다. 치료 가능한 치매에는 신경매독, 수두증, 뇌종양, 경막하 출혈, 비타민 결핍증에 의한 치매, 갑상선 질환에 의한 치매등이 있다. 이런 치매는 혈액검사나 뇌촬영을 통해 쉽게 진단되며, 약물이나 간단한 수술로 치료될 수 있다. 그러나 치료 가능한 치매라도 시기가 늦으면 뇌세포가 재생되지 않아 약물이나 수술효과가 떨어진다.
▷초기증상◁
치매는 환자나 보호자가 눈치채지 못할 정도로 서서히 진행되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치매를 조기 발견하려면 초기증상을 잘 알아 두었다가 조금이라도 의심이 가면 병원을 찾아 가도록 해야 한다. 치매의 대표적 증상은 ▲기억장애 ▲하고 싶은 표현이 즉각 나오지 않는 언어장애 ▲방향감각 상실 ▲계산력 저하 ▲성격 및 감정의 변화등이다.
일반적으로 하고 싶은 언어 표현이 즉각 나오지 않는 증상과 기억력 감퇴가 제일 먼저 나타난다. 이어 방향감각이 떨어지고 계산에 실수가 나타나며 성격이 변화한다. 방향감각을 잃거나 계산 실수, 성격 변화가 나타나면 이미 초기를 넘겼을 가능성이 크다. 따라서 기억감퇴가 나타나면 전문기관을 찾는 게 좋다.
▷약물요법◁
치매에는 크게 혈관성 치매와 알츠하이머형 치매가 있다. 이 두 가지가 전체의 80∼90%이다. 혈관성 치매란 뇌혈관 질환이 누적돼 나타나는 치매를 말한다. 치료는 우선 고혈압, 당뇨병, 고지질증, 심장병, 흡연, 비만, 운동부족등 혈관성 치매를 일으키는 위험요소를 없애는 것이 약물치료 이상으로 중요하다. 약물치료는 혈관 안쪽이 좁아져 혈관이 막히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아스피린이나 티클로피딘과 같은 항혈소판제를 투여한다. 필요하면 항응고제를 투여하고 경동맥이 좁아진 경우 수술도 한다.
알츠하이머병 환자는 건강했던 뇌세포들이 서서히 죽어가면서 치매증상이 발생한다. 뇌세포가 죽는 원인은 아직 완전히 밝혀지지 않았지만 유전자 이상 때문에 잘못된 단백질이 만들어져 뇌세포를 손상시키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알츠하이머병은 조기 발견해도 확실한 치료법이 없다. 다만 최근 타크린, 도네페질, 셀레질린과 비타민 E의 병합 투여등 병의 증세를 완화하거나 병의 진행을 둔화시키는 약물이 개발돼 한 가닥 희망을 주고 있다.
치매환자들은 기억장애 외에 우울, 불안, 초조, 수면장애, 망상(남을 의심하는 증상), 공격적 행동, 배회, 부적절한 성적(性的) 행동등을 보인다. 이런 증상은 가족을 정신적, 육체적으로 지치게 만들고 경제적인 부담을 더한다. 다행히 최근 이같은 이상행동을 조절하는 약물이 많이 개발돼 가족이 환자를 훨씬 수월하게 돌볼 수 있게 됐다.
▷비약물요법◁
비약물요법도 치료의 중요한 부분이므로 적극 활용해야 한다. 환자는 아무 것도 할 수 없다는 생각은 잘못이다. 일상생활 속의 오락, 여가, 취미활동에 환자를 참여시켜야 한다. 미술, 음악, 원예등 환자의 관심사나 이전의 취미를 고려해 능력에 맞게 활동할 수 있도록 배려하는 것도 중요하다. 환자가 실수를 하더라도 웃으며 넘어갈 수 있어야 한다. 비교적 단순하고 반복적인 내용이 좋다. 환자는 이런 활동에 참여함으로써 자신이 아직도 뭔가 할 수 있고 「가치있는 존재」라는 느낌을 유지할 수 있다. 이런 심리적 안정감은 환자의 문제행동을 줄이는데 큰 도움이 된다. 주간보호센터등을 최대한 활용해야 한다. 주간보호서비스를 이용하면 환자가 규칙적인 생활을 하게 되고 낮동안 다양한 활동에 참여해 소속감과 성취감을 느낄 수 있다. 이런 프로그램은 환자가 독립적 생활을 유지하는데 도움이 된다. 또 낮 동안의 충분한 활동은 밤의 충분한 수면을 보장한다. 가족들은 낮 동안 환자로 인한 스트레스에서 해방돼 덜 지치게 되고 자신의 생활도 유지할 수 있다. 당연히 새 힘을 얻어 환자를 더욱 잘 보살피게 된다. 단기, 중장기 보호시설을 이용하는 것도 환자 재활은 물론 보호자에 큰 도움이 된다. 시설에 맡기는 것을 무조건 불효로 여기는 것은 잘못이다. 보호자들은 치매환자를 위한 교육프로그램이나 치매환자 가족모임등에 적극 참여하는 게 바람직하다. 이를 통해 환자를 돌보는 어려움을 공유하고 서로 위안을 얻을 수 있다. 또 보호시 주의사항이나 대처요령, 최신 치료정보등을 알 수 있고 환자의 요양시설 이용이나 장기 보호계획을 세우는데 도움이 된다. 병상에 누워 있는 말기 치매환자의 경우 가정간호사제도를 이용하면 소변줄이나 식사투입튜브 교환, 수액공급등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나덕렬 성균관대의대 교수·삼성서울병원 신경과>나덕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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