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러貨 부상 대비 결제통화 다변화하고/투자·금융기관진출 독일을 거점삼아야「유럽을 주목하라」 세계경제질서의 대폭적인 재편을 예고하는 유럽통화동맹(EMU) 출범은 우리나라에도 상당히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지금은 지나칠 정도로 달러화에 묶여 있고, 또 엔화에 민감할 수 밖에 없지만 유럽단일통화, 즉 유러(Euro)화가 장차 달러화에 버금가는 국제기축통화로 등장할 경우 한국도 경제운용 및 대외전략에 근본적 변화가 불가피하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하고 있다. 한국은행은 4일 「EMU 출범에 따른 금융기관 및 기업대응」이라는 보고서를 통해 국내은행과 무역업체들은 먼저 결제통화로서 유러화의 비중을 늘려갈 것을 권고했다.
■기업의 대응 전세계 무역거래(95년 기준)에서 달러화 결제비중은 46.6%, 다음으론 마르크화 15.5%, 엔화 4.8% 순이다. 독일의 도이체방크는 중장기적으로 유로화 결제비중이 35%선까지 높아질 것으로 전망했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달러화가 압도적 비중(80%이상)을 차지하는 가운데 엔화가 마르크화보다 결제통화로서 훨씬 많이 사용되고 있다. 96년 수출거래에서 달러화 결제비중은 89.1%에 달한 반면 엔화는 5.1%, 마르크화는 2.2%였고 수입에서도 달러화는 81%인데 비해 엔화 10.7%, 마르크화 3.6%에 불과했다.
한은 관계자는 『지역적 근접성으로 인해 엔화 비중이 커질수 밖에는 없지만 유로화의 부상에 대비, 단계적으로 결제통화를 다변화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유럽국가는 물론 유럽과 무역의존도가 높은 ▲동구권 ▲지중해연안 북아프리카 ▲중동지역 국가 등과 교역때 가급적 유러화 결제를 유도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무역 뿐 아니라 직접투자도 지금까지는 영국을 유럽투자거점으로 활용했지만 영국의 EMU 참여가 불확실한 만큼 EMU의 중심이 될 독일 및 주변지역에 첨단기술투자를 집중할 필요가 있다고 보고서는 밝혔다. 또 소비성향이 높은 라틴지역엔 소비성 완제품, 동구 및 북아프리카에는 저임금 노동력을 얻을수 있는 제품 등으로 투자를 차별화하는 것이 유리하다고 분석했다.
■금융기관의 대응 EMU 출범으로 유럽의 금융통합이 이뤄지면 국내 금융기관들의 유럽단일시장내 진출은 지금보다 훨씬 어려워진다. 따라서 유럽대형은행간 「틈새시장」을 찾던 종전의 현지진출전략을 전면 수정, 금융센터로 부상할 독일 프랑크푸르트 금융시장에 집중적으로 진출해 기존 국제금융중심지인 런던과 함께 프랑크푸르트를 유럽의 「더블 포스트」로 활용해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한은 관계자는 이와 관련, 『프랑크푸르트시장에서 투자은행을 설립할 경우 독일 대형은행들이 주도하는 동구권 프로젝트 및 신디케이트론 참여에 유리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 국제적 안전통화로서 유로화에 대한 투자 및 차입비중을 높이고 달러화 일색인 중앙은행의 외화자산 포트폴리오에서도 유러화 투자를 늘려가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이성철 기자>이성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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