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선물환 1,600원 근접/외국인 채권매도액 급증더딘 구조개혁에 노동계 반발까지 겹치면서 금융시장에 다시 어두운 그림자가 드리워지고 있다.
4일 금융시장은 별다른 시장내부적 악재가 없었음에도 불구, 주가는 곤두박질쳤고 환율은 상승기류를 타기 시작했다. 나라안팎에서는 「신용추락」 「제2 외환위기」 「6월대란설」등 흉흉한 전망이 다시 나오고 있어 노(勞)사(使)정(政) 모두 국제통화기금(IMF) 구제금융신청 직후의 위기의식으로 다시 무장해야한다는 지적이 높아지고 있다.
■불안한 금융시장 「달러공급우위」기조에도 불구, 이날 원화환율은 달러당 1,350원대를 다시 돌파하는 상승세를 지속했다. 장래의 환율추이를 나타내는 역외선물환(NDF)시장에서도 지난주 1,500원대 초반까지 내려갔던 1년물 매도 가격은 1,605원까지 치솟았다. 주가도 노동계 시위사태에 따른 투자자들의 불안심리를 반영, 400선을 무너뜨렸다. 요인은 노동계 불안에 따른 증시폭락과 해외투자자들의 이탈분위기.
■떠나는 외국인투자 핫머니 위주의 주식은 그럭저럭 순매수기조를 유지해왔지만 장기안정적 투자형태인 채권은 매도규모가 갈수록 커지고 있다. 3월까지 순유입이 계속됐던 채권시장에서 외국인들은 지난달 3억2,000만달러어치 이상을 팔아치웠고 노동절 가두시위가 발생했던 2일엔 128억원을 순매도했다.
증시관계자들은 『팔아치우는 것도 문제지만 더 큰 문제는 신규투자가 전혀 없다는 것』이라고 밝혔다. 한 외환딜러는 『최근의 환율하락이 한국경제의 펀더멘털(기본여건)을 반영했다기 보다는 정책적 노력에 의해 인위적으로 만들어졌다는 인식이 외국인들 사이에서는 팽배해있다』고 지적했다.
상황은 장기투자도 마찬가지. 로스차일드의 한라그룹투자등 몇건의 외자유치 케이스가 있다고는 하나 신인도회복의 척도인 금융기관 외자유치는 아직 답보상태다.
한 시중은행 국제담당간부는 『증자를 위해 몇차례 해외은행들을 노크해봤지만 한결같이 「현재로선 불가능하다」는 말 뿐이었다』며 『이들은 부실금융기관이나 기업들이 가시적으로 정리돼 한국정부의 개혁의지가 확인되어야만 투자를 검토할수 있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외환은행이 추진중인 코메르츠방크로부터의 3억달러 유치계획이 지연되고 있는 것도 이같은 분위기를 반영한 것이다.
■환란(換亂)재연 경고 세계적 신용평가기관인 S&P는 『한국의 노동불안이 지속될 경우 국가신인도 조정에 부정적 영향을 줄수 있다』고 말했다. 신용등급조정을 위한 조사차 11일부터 방한하는 이들은 이례적으로 민노총등을 방문할 것으로 알려져 국제금융계가 우리나라 노사문제에 갖는 높은 관심을 반영하고 있다. 한은 관계자는 『멕시코등 외환위기를 겪었던 국가들이 대부분 1차 위기이후 긴장감이 이완되면서 6∼7개월후 2차 위기를 겪었다』며 『구조조정이 더뎌지고 노사불안이 계속될 경우 우리나라도 또다시 위기를 겪을수 있다』고 지적했다.<이성철 기자>이성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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