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업자가 140만명에 이르게 됐다. 우리나라 경제활동인구가 2,000만명이므로 실업률이 7%인 셈이다. 그런데 실업자는 계속 쏟아져 나오고 있다. 머지 않아 실업자가 200만명에 이르게 된다는 보고서도 있다. 이에 대한 정부의 대응책이 미흡하다는 불만도 있고, 구조조정정책과 실업대책이 혼선을 빚고 있다는 지적도 있다. 이 문제는 어떻게 풀어가야 하는가.실업문제는 우리에게 고통을 주는 것이지만 그것이 우리 경제의 병을 치유해주는 양면성이 있다는 점을 이해해야 한다. 그러면 실업이 어떻게 우리 경제의 병을 다스리는 약이 될 수 있는가.
지금 우리 경제의 위기는 고비용 과소비 저효율 때문에 유발된 것이다. 그래서 당면한 구조조정의 방향은 실질임금을 내려서 고비용문제를 해결하는 일, 생활수준을 내려서 과소비를 시정하는 일, 기업의 군살을 빼서 생산성을 높이는 일 등으로 집약해 볼 수 있다. 이것을 흔히 감량정책이라고 말한다.
시장경제에서 이러한 감량을 하도록 하는 정통적인 방법이 불황과 실업이다. 기업이 쓰러지고 실업이 늘어나면 임금이 내려가고 소비가 줄고 기업들이 군살을 뺄 수 밖에 없는 것 아닌가. 그래서 우리가 지금의 경제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불황과 실업의 고통이 치유에 필요한 기간만큼 지속해 주어야만 하는 것이다. 이런 점에서 실업은 필요악이다. 그런데 문제는 그 고통이 너무 크다는데 있다. 실업률로만 보면 우리나라의 7%가 높다고 말할 수는 없다. 독일 프랑스 이탈리아등은 12%이며 스페인은 20%이다. 미국처럼 호경기를 누리는 나라가 5%이다.
그러나 우리에게는 아무런 준비가 없다는데 문제가 있다. 실업보험이나 재훈련제도가 거의 돼 있지 않다. 더구나 실업사태가 한꺼번에 밀려오고 보니 다른 곳에 재취업의 길도 막혀 있다. 선진국에서는 실업문제가 생활화돼 있으나 처음 당하는 우리는 실업자가 마치 사회적인 결격사유라도 있는 것처럼 인식하며 인격적인 소외감까지 갖게하는 것이 오늘의 사회현실이다.
이런 점을 감안할 때 우리의 실업대책은 「경제위기 극복을 위한 구조조정이라는 큰 틀 안에서 실업의 고통을 어떻게 하면 최소화할 것인가」하는 방향에서 마련해야 할 것이다. 그런 방향에서 실업대책은 두가지를 생각할 수 있다. 그 하나는 경기부양적 성격을 지니는 예방대책이며 다른 하나는 실업자에 대한 생활지원대책이다.
그러나 예방대책에는 한계가 있음을 알아야 한다. 해고를 예방하는 일은 결국 기업이 할 일이다. 살기 위해 고용조정을 하겠다는 기업에게 고용을 지키라고 말할 수는 없다. 예방대책으로 대표적인 것이 이른바 뉴딜정책(공공투자정책)인데 이것은 수요부족으로 인한 불경기 치유정책임을 유의할 필요가 있다. 우리의 경제위기는 이와 반대로 고비용과 과소비로 인한 것이어서 위기극복에 역행하는 것이다.
따라서 실업대책의 초점은 실업자에 대한 생계지원 대책에 맞추어야 할 것이며 그 구체적인 방법은 실업의 고통을 온 국민이 부담하도록 하는 것이다.
현 경제위기는 실업을 당한 사람만의 책임일 수 없다. 열 사람 가운데 누구나 한 사람은 실직해야 한다면 그 사람은 일자리를 가지고 있는 사람들을 대신해서 십자가를 지고 있는 셈이다.
따라서 그 부담을 전국민이 나눠져야 마땅하다. 그러기 위해서 내년말까지 한시적인 실업세(失業稅)의 신설을 제안하는 바이다. 소득세 법인세 부가가치세등에 부가세 형태로 징수하여 실직자의 최소생계를 사회가 보장하자는 것인데 이것이 정공법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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