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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선거 유감/이이춘 논설위원(지평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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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선거 유감/이이춘 논설위원(지평선)

입력
1998.05.0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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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 맑은 공기를 마시며 모처럼 동네 뒷산에 올랐다. 해발 100m도 채 안되는 야트막한 산 정상(정상이라고 표현하기가 좀 그렇지만)에는 온갖 운동기구가 설치돼 있어 새벽이면 신도시 주민 수백명이 모여들어 가벼운 표정으로 건강을 다진다. 한마디로 성시다.정상으로 오르는 길목에 이르자 20대 청년 한명이 『지방의원 이십니다』라며 명함을 한장 불쑥 내민다. 엉겁결에 명함을 받아들자 옆에 서있던 운동복 차림의 50대 사람이 잘 부탁한다며 꾸벅 절을 하는게 아닌가. 주위에 쓰레기통이 없어 주머니에 넣고 집에 돌아와 꺼내 보니 명함형 소형 인쇄물이었다.

인쇄물에는 주인공의 컬러 사진과 화려한 경력, 각종 전화번호에 요즘 인기를 타고 있는 인터넷 홈페이지 까지 곁들여 있었다. 학력은 서울 소재 유수대학교의 각종 대학원 출신이라고 되어 있으나 막상 어느 학교를 졸업했는지는 알 수 없었다.

6·4 지방선거는 오는 19일 후보등록과 동시에 선거운동을 할 수 있다. 사람의 왕래가 잦은 곳에서 불특정 다수에게 자신을 알리는 것은 사전선거운동이다. 또 이번 지방선거부터 명함형 소형 인쇄물 배포는 금지되어 있다. 그래도 이같은 사전 선거운동은 애교감이다.

벌써부터 우편물 보내기, 허위 의정보고서 배포, 손목시계 나눠주기, 식사제공 등 탈·불법이 난무하고 있다. 그런데도 각 정당은 지방선거 압승을 다짐하며 온갖 지혜를 다 짜내고 있어 오히려 중앙정치가 지방선거 과열을 조장하고 있다는 비난도 나오고 있다.

지자제를 실시한지 3년이 되었지만 송덕비를 세울만한 목민관이 있다는 소리 대신 세금을 축낸 단체장과 지방의원들만 즐비하다는 비난이 요란하다. 그래서 정치권에서 한때 단체장 임명제가 거론됐지만 슬며시 증발해 버리고 혼탁한 사전 선거운동만 날로 도를 더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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