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을 단일 통화권으로 묶는 유러화(貨)체제의 출범이 눈앞에 다가왔다. 지난 주말 브뤼셀에서 열린 유럽연합(EU)정상회담은 단일통화 참가 11개국을 확정하고 뒤센베르크 초대총재와 5명의 집행이사를 지명하는 등 사전정지절차를 끝내고 내년 1월부터의 공식 출범을 선언했다. 93년 역내국가간의 돈과 물자이동에 따른 국경철폐로 세계 최대의 단일 시장을 발족시킨데 이어 경제통합의 완결판이랄 수 있는 통화통합의 거대한 경제실험의 첫발을 내디딘 것이다.유러화 탄생은 미국 달러 일극(一極)체제에 도전하는 새로운 기축(基軸)통화의 출현을 의미하는 것 뿐만아니라 세계 무역 금융 질서와 판도에도 엄청난 변화를 예고한다.
마스트리히트조약이 회원국에 부과한 물가 금리 재정 환율등 엄격한 「수렴기준」을 통과, 이번 단일통화에 합류한 11개국만해도 인구 2억9,000만에 전세계 국내총생산(GDP)의 19.4%, 교역량의 18.6%를 차지하는 미국에 버금가는 거대 경제권이다. 국내 정치사정등으로 참여를 유보한 영국 스웨덴등 4국이 추가 참여하고 그동안 마르크 프랑화 영향력에 이미 상당수준 흡수되어 있는 동유럽 아프리카까지 흡인력을 발휘할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잠재력의 위력은 대단하다.
물론 난관도 많다. 유럽중앙은행 총재임명과정에서 드러났듯 독일과 프랑스의 주도권 싸움도 경제통합의 제약이다. 참가기준에 맞추기 위해 그동안 회원국들이 유지해 온 긴축 저금리정책등도 언제까지 지탱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경제력 격차가 큰 회원국간의 정책조화나 이해 조정이 쉽지 않다는 뜻이다.
우리로선 변화를 기회로 활용해야 한다. 달러화 일변도의 외채관리체계 개선은 물론 현지투자등 우려되는 유럽시장의 배타성에도 대비를 서둘러야 한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