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수기에 맞춰 제방 낮게 축조/초기 40분간 허비 피해 확산/환승지점공사 ‘취약성’ 노출불과 70㎜남짓한 비에 수도의 간선교통망이 마비됐다. 2일 발생한 지하철 침수사고는 늘 그래왔듯 무신경한 공사관행과 안이한 방재대책이 낳은 인재(人災)였다. 기상청이 이미 집중 호우를 예보한데다 현장의 제방이 취약하다는 것을 누구나 알고있던 터여서 서울시나 공사관계자들이 조금만 신경을 썼더라면 일어나지 않았을 사고였던 것이다.
사고의 1차 원인을 제공한 중랑천 제방은 겨울철 갈수기를 기준으로 만들어져 수면으로부터의 높이가 3m에 불과한데다 흙, 마대 등으로 돼있어 수압을 견디기에는 처음부터 역부족이었다. 더욱이 북부간선도로와 상수도공사를 위해 인근에 또다른 임시제방이 설치돼 물이 불어날 경우 하류로 빠지지 않고 범람할수 밖에 없었다. 특히 올해는 엘니뇨때문에 어느해보다 호우가 잦았다. 그러나 서울시 관계자는 『원래 6월15일∼10월15일에는 홍수를 대비하지만 나머지 시기는 갈수기로 분류돼 특별한 대비를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사고가 걷잡을 수 없이 번진데는 미숙한 초동대처의 탓도 컸다. 공사를 맡은 현대건설은 사고 당일 오전 6시40분께 이미 중랑천 임시제방에 물이 넘치는 것을 발견하고도 마대로 제방을 약간 높이는 정도의 임시조치만 취했다.
또 침수상황으로 보아 오전 7시 이전 강물이 지하철역으로 유입됐을 것으로 추정되나 서울시는 7시40분이 돼서야 침수사실을 알았다. 적어도 40분간 아무도 침수사실을 몰랐던 것이다. 서울시 도시철도공사는 이날도 평상시와 마찬가지로 전동차를 투입했기 때문에 10여편은 침수된 상태에서 운행한 셈이다. 만약 전동차가 탈선이라도 했으면 대형 인명사고로 이어질 뻔 했다.
이번 사고가 지하철 6, 7호선 환승지점에서 발생했다는 점에서 환승지점 공사의 취약성이 다시 한번 노출된 것도 짚어보아야 할 대목이다. 96년 6월에도 6호선 공덕역에서 빗물이 하수로를 타고 5호선 한강하저터널로 흘러들어간 사고가 발생했었다. 공덕역 상부의 하수관로를 철거한 뒤 모래주머니로 물길을 막았으나 수압을 견디지 못해 모래주머니가 터지면서 인근 5호선 하저터널로 물이 쏟아져 들어갔다.
환승지점 공사는 한쪽 노선의 침수사고가 다른 노선의 사고로 곧장 이어진다는 점에서 더욱 각별한 주의와 시공회사간 긴밀한 업무협조가 요구되나 그때나 이번이나 시공회사들은 자기 노선 공사에만 급급했지 다른 노선의 안전성은 전혀 고려하지 않았다.<박광희 기자>박광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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