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노총은 설득 한총련은 제압’ 분리대응 방침/“불법대처 단호하되 노사정委 구성 최선 노력”「노동절 시위」에 대한 정부 방침은 철저한 강·온 분리대응으로 가닥을 잡았다. 정부는 1일 있었던 도심 시위에 대한 채증작업을 통해 폭력 시위자를 추적, 엄단키로 했다. 그러나 정부는 이번 사건으로 인해 노사정 합의의 틀이 깨져서는 안된다는 점도 아울러 강조하고 있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3일 『민주노총의 집회는 합법적인 것이었으나, 갑자기 불법시위로 변질됐다고 본다』면서 『민주노총 지도부와 폭력시위 주도세력은 다른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같은 정부의 입장은 민주노총 지도부에 대한 「설득」, 한총련(韓總聯)에 대한 「제압」이라는 상반된 조치로 나타나게 될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의 다른 고위관계자는 『불법·폭력시위는 차제에 용납되지 않는다는 점을 분명히 실감케 할 것』이라면서 『그러나 여론주도층의 의견을 수렴한 결과, 노동계에 대해서는 더 설득이 필요하다는 데 의견이 일치했다』고 밝혔다.
정부는 노동계에 대한 강경방침이 거꾸로 노·학 연대의 빌미를 제공해서는 안된다는 판단을 하고 있다. 이와함께 민주노총 노선의 연성화를 유도하고 가능한한 마지막까지 끌어안아 보겠다는 복안이다. 정부출범전 1기 노사정위원회 협상과정에서 드러난 것처럼, 민주노총 내부에는 복잡한 노선 차가 상존하고 있다는게 정부의 시각이다. 따라서 정부의 분리 방침에는 민주노총 지도부에 대한 경고성 메시지도 담겨 있다는 해석이다.
그러나 정부는 이번 사건이 해외투자 유치등 대외적으로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 만큼, 실정법 위반 행위에 대해서는 엄격한 법적용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따라서 일부 민주노총 구성원은 사법처리될 것으로 보이며 이 경우 2기 노사정위원회 구성 협상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는 더 지켜봐야할 것같다.
청와대측은 이번 시위가 국민의 정부 출범후 첫번째 폭력시위라는 점에서 상당히 민감하게 반응하는 모습이다. 청와대의 한 관계자는 『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은 시위대의 쇠파이프나 화염병 보다 「최루탄」을 사용할 수밖에 없었다는 점을 더 아쉬워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에 따라 정부는 2기 노사정위원회의 무게를 더하고 민주노총을 합의체에 끌어들이기 위한 노력을 가속화할 것으로 보인다. 여권이 2기 노사정위원장을 공익위원 가운데서 선임하려던 당초 계획을 수정, 한광옥(韓光玉) 국민회의 부총재를 선임키로 의견을 모은 것도 같은 맥락이다.<유승우 기자>유승우>
◎노총·민노총 입장/“부당노동행위 방치 말라”/5·1시위 구속사태땐 정부·노동계 관계 경색 노사정委 참여 먹구름
고용안정을 위한 제2기 노사정위원회 구성이 정부 주도로 본격추진되고 있으나 노동계의 참여 전망은 극히 어두운 상황이다. 노동계의 양대 축인 한국노총(위원장 박인상·朴仁相)과 민주노총(위원장 이갑용·李甲用)은 최근 일반 노동 현안에 공동대응키로 원칙적으로 합의했다. 그러나 5·1 근로자의 날 집회의 폭력시위 변질로 상당수 노동단체 간부들에 대한 수사가 불가피한 데다 대량 구속사태로 이어질 전망이어서 정부와 노동계의 관계가 더욱 경색될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
민주노총은 최근 노사정위 참여와 공공부문 구조조정, 경제난국 시국선언 등 6개항목에 대한 공조체제를 유지키로 한국노총에 제의, 원칙적인 연대 합의를 이끌어냈었다. 또 부당노동행위 근절과 재벌개혁 등 전제조건이 수용되지 않을 경우 제2기 노사정위에 불참키로 했다.
그러나 이같은 원칙적 합의에도 불구하고 노사정위 참여 전제조건 등 핵심 현안에 대해서는 상당한 입장 차이를 보이고 있어 양대 노총이 대립할 가능성도 없지않다. 즉 한국노총이 정치·재벌개혁 등 제1기 노사정위원회 합의사항이 이행될 경우를 , 민주노총은 정리해고와 근로자파견법의 재협상을 노사정위 참여의 전제로 각각 강경입장을 보이고 있다.
민주노총 관계자는 『제1기 위원회에서 노동계가 정리해고 합법화를 위한 들러리 역할을 했다면 제2기 위원회는 본격적인 외자유치를 통한 대규모 구조조정과 대량해고의 들러리 역할을 할 가능성이 높다』며 『제1기 위원회 합의사항 중에서도 불법해고 등 부당노동행위가 광범위하게 자행되는 상황에서 제2기 위원회 참여는 의미가 없다』고 밝혔다. 그러나 한국노총 박위원장은 1일 열린 근로자의 날 행사에서 「제1기 합의안 이행」을 강조하는 선에서 당초 입장을 재확인했다.
양 단체는 노동계 현안에 대한 공동대응 합의에 따라 실무위원회를 구성, 사안별로 검토한 뒤 공동대응키로 합의했으나 이날 현재까지 공식적인 움직임은 보이지 않고 있다. 이와 관련, 노동계 관계자는 『노동계 상황이 양대 노총의 공조를 불가피하게 만든 측면이 있지만 두 단체가 안고 있는 태생적 차별성을 극복할 수 있을 지는 두고 볼 일』이라고 밝혀 노동계 분열의 가능성도 높은 것으로 전망했다.<최윤필 기자>최윤필>
◎재계·외국의 반응/“폭력시위 달러 내쫓는다”/“국가 정크본드 수준인데 노동시장까지 불안하면 누가 투자 하겠습니까”
『아직도 정크본드(투자부적격 채권) 수준에 머물고 있는 데, 생산현장이 노사분규에 휩싸이면 누가 투자를 하겠습니까』 지난달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각료회의가 열린 프랑스 파리에서 외국의 큰손들을 두루 접촉한 재정경제부 관계자들은 외국인투자자들의 최근 「심정」을 이렇게 전했다.
외환위기의 완전한 해소와 금융·기업구조조정에 필수적인 신용등급 올리기와 외국인투자 유치가 노동계의 심상치 않은 움직임으로 좌초될 위기를 맞고 있다. 상당수 외국인투자자들은 양질의 노동력과 적극적인 시장개방의지에는 매력을 느끼고 있지만, 「노사분규는 또 다른 차원의 정크본드」로 인식하고 있다. 관계법을 무시한 과격시위가 일어날 경우 국제신인도의 제고는 물론이고 외국인투자유치를 기대할 수 없다는 지적이다.
외국인투자는 이미 환율의 하향안정과 금리하락으로 3월들어 내리막 길을 걷고 있다.
외국인들의 주식투자(순매수액 기준)는 2월만해도 2조원을 넘었으나 3월에는 1조8,000억원, 4월들어 25일까지는 500억원대로 급락했고, 채권투자액도 4월들어서는 전달의 10분의1 수준으로 대폭 줄어들었다.
미국의 대표적인 신용평가기관인 스탠더드 앤드 푸어스(S&P)는 『노동시장이 불안한 징후를 보일 경우 한국의 신용등급을 상향조정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정부에 전달해 왔다. 국내 노사분규를 바라보는 외국인투자자들의 시각을 대변하는 대목이다. 특히 최근 대한중석을 인수·합병(M&A)하려던 이스라엘의 아스카그룹이 노조측의 파업움직임에 아연실색해 인수 포기쪽으로 급선회하고 있는 점에서도 외국인들의 투자심리가 확연하게 드러나고 있다.
M&A전문회사의 한 관계자는 『국내기업 M&A에 관심이 있는 외국인투자자들은 매각조건에 가장 큰 관심을 보였으나 최근 들어서는 시끄럽지 않게 경영권을 인수할 수 있는 지 여부를 집중적으로 묻고 있다』면서 『금융·외환시장이 어느 정도 안정세를 보이고 있기 때문에 외국인투자의 관건은 이제 노동시장의 안정여부』라고 지적했다.<김동영 기자>김동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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