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일 아침 70㎜의 「예고된 비」에 서울의 지하철역이 침수돼 7호선 운행이 전면중단되는 정말 어처구니 없는 사고가 발생했다. 간밤에 내린 비로 중랑천이 범람해 7호선 태릉입구역과 상행선 5개역, 하행선 5개역등 모두 11개역이 침수됐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7호선을 이용하는 30만명의 시민들이 재개통될 때까지 불가피하게 큰 불편을 겪게 됐고, 동부간선도로 주변 일대가 엄청난 교통체증사태에 휘말리게 되었다.유감스럽게도 이번 사고 역시 건설현장에서 흔히 있어온 일시적 방심이 부른 인재(人災)였다는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사전에 조금만 주의를 기울였던들 충분히 피할 수 있는 재앙이었다. 우리는 당국이 두번 다시 이런 어처구니 없는 사고를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서라도 사고의 원인을 정확하게 분석, 책임자를 가려내 엄중한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본다. 불행중 다행으로 인명피해가 없었다고 해도 엄청난 재산상의 피해가 불가피한 이번 사고가 어떤 명분으로도 용납될 수 없기 때문이다.
서울시에 따르면 7호선의 임시개통은 이르면 오는 11일께 가능하리라 한다. 그러나 완전복구에 따른 정상운행은 적어도 한달 이상 걸릴 전망이다. 따라서 정상운행 재개는 일러야 내달초다. 우선 물에 잠긴 11개 역사(驛舍)의 양수작업에 많은 시간이 소요되기 때문이다. 더 큰 문제는 그간 물에 잠겼던 신호·통신장비를 비롯한 역무자동화 시스템을 교체하는 일이다. 엄청난 비용이 소요되리라는 점은 불을 보듯 뻔하다.
호우사태가 충분히 예고됐음에도 불구하고 왜 이처럼 어이없는 사고가 또 생겨났을까. 우리 건설현장의 안이한 대처 때문이다. 「설마」하는 무신경이 엄청난 재앙을 불러온 것이다. 물에 잠긴 태릉입구역에서는 중랑천 지하를 통과하는 지하철 6호선과 7호선의 환승역공사가 한창이었다. 중랑천 물이 터널내로 유입되지 못하도록 물막이용 임시제방도 물론 쌓았다.
문제는 「5월초의 봄비」 정도를 예상하고 쌓은 이 임시제방이 장대비로 불어난 수압을 이기지 못해 붕괴됨으로써 일어났다. 환승역은 물론 7호선 각 역으로 물길이 뻗쳐 침수사태를 빚은 것은 불문가지다. 5월초의 호우가 기상이변임엔 틀림없다. 그러나 「이변」 가능성을 깡그리 무시한 건설현장의 주먹구구는 책임을 면키 어렵다. 작년과 금년은 유난히도 엘니뇨현상으로 이미 지구 곳곳이 기상이변에 시달리고 있지 않은가.
이제 얼마 안 있어 장마철이다. 엘니뇨의 심술이 어떤 기상이변을 몰고 올지 아무도 모른다. 이번 사고를 거울삼아 장마철 수방대책에 만전을 기해야 할 줄 안다. 「설마가 사람 잡는다」는 속담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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