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本報 여성생활수기 최우수상 김미순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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本報 여성생활수기 최우수상 김미순씨

입력
1998.05.0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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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이블 셋 4평 카페가 내집이자 전재산이죠”/커피팔아 한달 90만원 수입/修士출신 남편과 ‘무소유삶’/“사치라면 등산배낭·침낭뿐”집이 없다. TV 세탁기 장롱도 물론 없다. 서울 은평구 불광1동 1의 221 북한산자락에서 남편과 카페 「마운틴」을 운영하는 김미순(金美順·40)씨는 『그래도 행복하다』고 말한다. 이런 삶을 그린 김씨의 수기 「이 없이 잇몸으로 살아가는 행복」이 한국일보사 주최 제16회 여성생활수기 공모에서 최우수작으로 선정됐다. 가난체험과 IMF위기 극복의지를 담은 대부분의 응모작들과 딴판이었다.

김씨부부에겐 테이블 3개가 놓인 보증금 1,000만원짜리 4.5평 카페가 집이자 직장이며 전재산이다. 한 쪽을 2층 다락으로 개조해 잠잔다. 이 집에 단 하루 TV가 있었던 적이 있다. 지난 해 김씨가 길에서 주워 온 것이다. 그러나 부부는 2시간 정도 본 후 「다른 사람도 보라」고 그 자리에 갖다 놓았다.

김씨가 「무소유의 삶」을 지향하게 된 것은 예수회 수사였던 지동암(智東岩·46)씨와 결혼하면서. 고교졸업후 직장생활을 하던 김씨는 쇼핑이 취미였지만 환속한 지씨를 친구소개로 만나 84년 결혼후 돈없이 사는 삶을 살게 됐다. 80년대에 빈민운동을 했던 지씨는 「가난을 체험해 적게 가진 것의 자유를 깨우치겠다」는 신념이 있었다. 10남매중 막내지만 큰 고생을 하지 않은 김씨도 재산 욕심은 없었다. 처음엔 농사를 지었으나 실패하고 85년 서울 종로구 구기동의 친구카페를 100만원에 인수했다. 지금 자리로 옮긴 것은 97년 봄. 산이 좋아 북한산 주변을 돌아다니다 찾은 곳이다.

김씨부부는 하루 커피 10∼15잔을 팔아 한 달에 90여만원을 번다. 월세 25만원을 뺀 65만원 가량이 생활비와 재료구입비다. 지난해 처음 500만원짜리 전세방을 얻었지만 매달 15만원의 적자가 나 10월에 나와 버렸다. 부부는 아이가 없다. 아이를 낳으면 욕심이 생길지 모르고 자신들의 생활방식을 강요할 수도 없어서다. 등산배낭 8개와 침낭 5개가 유일한 사치다.

김씨부부는 친지 결혼식에 등산복차림으로 간다. 처음엔 손가락질하던 사람들도 이젠 행복해 보인다고 말한다. 친구들이 부러워하는 것은 이들의 수리봉 「별장」. 도시 전경이 발 아래 깔리는 수리봉에 부부는 아침안개 보러도 가고 별을 보러 간다. 밤을 새우고 올 때도 있다. 그래서 「별장」이다. 『걱정이 없으니 아플 일도 없더라』는 김씨부부는 『욕심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고 언젠가 히말라야에 가고 싶어 지도만 본다』며 벽에 붙은 세계지도를 가리켰다.<노향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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