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 7호선 침수사고는 발생 자체도 어처구니 없지만 대응 또한 원시적이고 두서가 없다.『턱도 없는 소리 마십시오. 이 많은 흙탕물을 어느 세월에 다 빼냅니까』
3일 지하철 7호선 태릉입구역 침수사고 현장에서 소형 펌프로 물을 퍼내던 한 복구반원은 짜증부터 냈다. 침수사고 이후 서울시의 대응을 보면 원상 복구가 언제쯤이나 가능할지 도무지 갈피를 잡을 수 없다. 서울시는 2일 사고발생 직후 『3일 밤까지는 물을 모두 퍼낸 뒤 4일 아침부터 지하철 운행을 재개시킬 것』이라고 공언했다. 그러더니 3일에는 『앞으로 이틀안에 물퍼내기 작업을 모두 끝내고 기기점검등을 거쳐 늦어도 11일부터는 지하철을 정상운행시키겠다』고 복구가능 시기를 일주일가량 늦추었다.
현장의 얘기를 들어보면 이마저도 「식언(食言)」에 불과하다. 이번 사고로 지하철 7호선 11개 역사로 유입된 수량은 80만톤. 물퍼내기작업에 투입된 양수기는 대부분 출력이 20마력 안팎인 소형이다. 이마저 전원이 제대로 확보되지 않아 가동을 못한채 놀고 있는게 태반이다. 한 현장 관계자는 『1,000마력 이상의 대형 배수펌프를 설치해 물을 퍼내도 모자랄 판인데 현재 장비로는 물빼내는데만 얼마나 걸릴 지 모르겠다』고 걱정했다. 더 큰 문제는 물빼기가 끝나더라도 신호기 통신설비 계기 등 각종 전자설비들이 손상됐을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특히 선로에 설치돼 열차간 충돌을 방지하는 열차자동제어장치(ATC) 등을 제대로 복구하지 않은 상태에서 수동운행을 강행할 경우 안전사고 우려도 있다. 피해복구를 위한 비용과 시간은 그만큼 늘어날 전망이다.
시민들은 호우주의보에도 맥놓고 있다 화를 자초한 공사관계자는 물론, 우왕좌왕 뒤처리를 지연시킨 서울시 공무원들을 상대로 피해보상이라도 청구하고 싶은 심정이다. 그래야 인재로 혈세를 축내는 사고가 재발하지 않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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