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생활에서 잊을 수 없는 경험중 하나가 자동차 운전이다. 홍콩과 마카오 태국 말레이시아에서는 차량이 좌측통행이어서 이에 적응하는 것이 어려웠다. 그런데 한국은 스페인과 같은 우측 통행임에도 불구하고 나같은 보통운전자들에게 많은 인내를 요구한다.가장 짜증나는 일은 좀처럼 끼어들기를 할 수 없다는 것이다. 뒷차와의 간격이 클때라도 차선을 바꾸려고 깜빡이를 켜면 대부분 속력을 내고 달려든다. 어떤 차는 경음기까지 요란하게 울려대며 끼어들기를 막느라 필사적이다. 그래서 많은 차들이 끼어들기 할때 일부러 깜빡이를 켜지않는가 보다.
얼마전 시내에서 차선을 바꾸려고 깜빡이를 켰다. 뒷차와 상당한 간격이 있었음은 물론이다. 아니나 다를까 이 차는 무섭게 속력을 내더니 내 뒤를 바짝 따라 왔다. 그래도 나의 차선 바꾸기를 저지하는데는 실패해서 급브레이크를 밟을 수 밖에 없었다. 그러자 그는 분이 풀리지 않았던지 나를 따라잡고야 말겠다는듯 속력을 내더니 아슬아슬하게 스쳐 지나가는게 아닌가. 나는 다음 신호등에서 그의 차 옆에 내 차를 세웠다. 40대 중반으로 보이는 그는 옆자리의 여자와 말다툼 중이었는데 아마도 그의 난폭운전에 대한 것 같았다.
『실례합니다. 영어를 하십니까?』 나의 질문에 그는 예스라고 대답했다. 『지금 하시는 일이 얼마나 위험한 일인지 아십니까? 사람 다칠 뻔 했습니다. 「다음부터 안그러면 되지」라고 생각하실지 모르겠는데 그때는 이미 늦습니다』 나는 고작 영어 몇마디로 화풀이를 대신 할 수 밖에 없었다. 물론 모든 운전자들이 다 그런건 아니다. 처음 한국에 왔을 때보다는 끼어들기가 훨씬 쉬워졌다. 그동안 나의 서울시내 운전실력이 는 탓도 있을 것이다.
한국사람들은 대체로 정이 많고 친절한 편이다. 마치 내고향 스페인처럼. 그런데 어떻게 운전석에만 앉으면 그렇게 돌변하는지 알 수가 없다. 그런 것을 남자다움의 척도라고 생각한다면 이는 오산이다. 이제는 운전에서도 교양과 매너와 품위를 보여주어야 한다.<르네상스 서울 호텔 식음료 이사·스페인>르네상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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