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거래에서 하자를 남긴 신용불량자 수가 무려 214만명에 달한다고 한다. 각종 신용카드의 연체자가 가장 많아 41%를 차지하고 다음이 금융기관에서 빌린 돈을 제때 갚지 못한 대출연체자가 39%로 나타났다.200만명을 넘는 개인 신용불량자의 수치와 실질 실업자가 200만명에 달한다는 최근의 통계는 IMF이후 경제주체들 중에서 노동자·서민층의 고통을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다. 어느날 닥친 IMF의 한파는 월급쟁이들의 삶터인 직장을 빼앗았고 그나마 남은 노동자들에겐 급여 삭감을 강요했다. 영세업자들은 급속한 매출 감소로 부도를 맞거나 빚으로 연명해야 하는 사태가 벌어졌다. 지난해 12월 이전까지 만해도 전혀 상상할 수 없었던 일이었다. 자금수급의 갑작스런 혼란이 신용불량자 양산으로 나타난 셈이다.
신용사회에서 신용불량의 낙인은 경제활동의 능력을 상실했다는 금치산(禁治産)을 뜻한다. 금융전산망이 완료되면서 어느 금융기관에서든 한번 신용거래에 하자가 생기면 설령 하자요인을 해소했을지라도 일정기간 모든 금융기관에서 사실상 거래가 거부된다.
예컨대 A신용카드로부터 신용불량의 리스트에 오르면 어떤 금융기관에 가더라도 적색리스트에 나타나 거래를 틀 수 없다. 신용사회에서 당연히 감수해야 할 결과이다. 그러나 신용불량자 가운데는 금융기관의 태만이나 직무유기, 예컨대 고지(告知)의무의 불찰이나 본의 아닌 일들로 인해 고통을 받는 선의의 피해자들도 적지 않다.
IMF시대에 자의든 타의든 신용불량자의 대량발생은 경제활동의 활성화를 저해하는 요인이 되고 있다. 금융기관 역시 연체의 증가는 경영의 어려움을 가중시킨다. 일정기간 연체해소시한을 고시해 이 기간에 연체를 해결한 사람들에겐 신용불량의 적색리스트를 삭제해 주는 정부차원의 신용사면(信用赦免)이 필요하다는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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