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새삼 확인하는 가족사랑(가정을 되살리자:2)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새삼 확인하는 가족사랑(가정을 되살리자:2)

입력
1998.05.02 00:00
0 0

◎“우리가 있잖아요, 아빠”/앞만보고 달려온 가장들/따뜻한 격려 한마디에/두주먹 불끈 다시 일터로2월말 실직한 이재룡(李在龍·37·서울 중랑구 면목7동)씨는 요즘 중랑구청이 실직자를 위해 마련한 취로사업에 나간다. 그의 일은 용마산 등 중랑구내 야산 4곳의 산불감시다.

대기업인 D사의 인도네시아지점에서 일했던 이씨지만 이제 일당 2만원을 받고도 부끄럽지 않다. 가정을 살리기위해 무엇이든 해보겠다는 각오를 다졌기 때문이다. 사실 이씨는 실직이후 자포자기 상태에 빠져 그대로 주저앉을뻔 했었다. 대낮에도 소주를 마시며 좌절해있던 이씨를 다시 일으켜 세워준 것은 가족들의 사랑이었다.

『나 때문에 울기만 하던 아내가 어느날 좋아하는 오징어볶음을 만들어 정성껏 저녁상을 차렸더군요. 또 몰래 용돈도 주머니에 넣어주고 구두도 닦아주는 아내를 보면서 다시 정신을 차렸습니다』 아내 라나 닝시(34)는 인도네시아의 부유층출신. 그러나 「아이들을 한국인으로 키워야 한다」는 이씨의 고집을 받아들여 낯선 한국으로 따라와 힘든 생활을 감수해온 착한 여성이다.

『가족들만 건강하면 아무것도 두렵지 않아요. 밑바닥부터 다시 시작한다고 마음먹고 있죠. 어서 자리를 잡아야 아이들 유치원을 보낼텐데…』 다행히 딸 수지(7)와 아들 경인(6)이는 튼튼하게 잘 자라고 있다.

L그룹의 기획조정실에서 20여년간 일하며 부장까지 지냈던 L모(49·서울 양천구 목동)씨. 2월초 실직한 그는 지난달초 도시락을 만드는 종업원 60여명 규모의 중소기업에 재취업했다.

L씨는 재취업후에도 남모를 마음고생을 했다. 이전 직장의 절반도 안되는 월급을 받으며 일주일에 사흘은 가족을 떠나 지방에서 일해야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철부지로만 생각했던 대학생 딸(21)의 한마디에 자신감을 되찾았다.

『아빠, 지금까지 너무 고생많으셨어요. 이제 저도 아빠를 도울테니 마음편하게 가지세요』

아내도 동네아이들을 모아 피아노를 가르치고 딸은 학교도서관에서 아르바이트를 시작했다. 『그동안 앞만 보고 달려오면서 사실 가족을 돌아다 볼 여유도 없었다』는 L씨는 『남편과 아빠에 대한 믿음을 버리지않는 가족들이 이렇게 소중한 줄 처음 알았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IMF체제이후 평생다니던 직장을 하루 아침에 잃고 가족 동반자살, 가출, 이혼 등으로 무너지는 가정이 속출하고 있다. 그러나 대부분의 가정에서는 오히려 오랫동안 무심했던 가족들이 새삼 끈끈한 사랑과 일체감을 확인하는 계기가 되고 있다.

「사랑의 전화」(회장 심철호·沈哲湖)에서 실직자 상담을 맡고있는 남희경(南希璟·여)사회복지사는 『가족의 사랑과 격려야말로 가정의 위기상황을 극복하는 가장 큰 힘』이라고 강조했다.

서울대 사회복지학과 김혜란(金惠蘭) 교수는 『사회를 유지하는 최소기본단위인 가정의 위기는 곧 사회의 위기가 된다』며 『건강한 가정은 구성원들이 서로의 어려움을 털어놓고 대화를 나눔으로써 이룩할 수 있다』고 말했다.<박천호·손석민 기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