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러날때를 알아…” 60세로 은퇴/민주당 바람몰이용 전략 분석도자민당 일당 지배를 종식시킨 93년 선거혁명의 주역인 호소카와 야스히로(細川護熙) 전 일본총리가 30일 돌연 의원직을 내던졌다. 그는 사퇴회견에서 『자민당을 대체할 만한 민주당이 탄생했고 60세가 되면 한 매듭을 지어야 한다고 늘 생각해 왔다』는 아리송한 이유를 들었다.
그는 그동안 뜻밖의 결정으로 여러차례 사람들을 놀라게 했다. 사가와규빈(佐川急便) 의혹사건의 와중에서 94년 4월 총리직을 선뜻 버렸고 오렌지 공제조합 오직사건이 터진 지난해 6월에는 갑자기 신진당에서 나와버렸다. 규슈(九州) 구마모토(熊本)를 대대로 다스려 온 호소카와 가문의 후예인 그의 이런 행보는 부러움과 「다이묘(大名·일본의 제후) 체질」이라는 비난을 동시에 자아냈다.
그러나 얼마후 되돌아 보면 그의 결정에는 반드시 그럴만한 이유와 정치적 노림수가 깔려 있었다. 수렁에 깊이 빠지기 전에 재빨리 발을 뺌으로써 스스로와 그의 집단을 구해내는 타고난 정치 감각이 확인되곤 했다.
현재 일본의 정치 기상은 자민당에 대한 지지율은 형편없지만 팽배한 정치 무관심이 민주당 바람을 막고 있는 것으로 요약된다. 구마모토현의 확고한 호소카와 지지세로 보아 그의 지원을 업은 후보는 누구라도 당선이 가능하다. 6월 중순의 보궐선거에서 민주당이 자민당을 누르게 하고 그 바람을 참의원 선거로 이어가려는 「제갈공명 뺨치는」전략이라는 분석이 가능하다.
그는 사퇴 회견에서 약 400년전 선조 할머니 호소카와 가르시아가 남긴 자결시를 인용했다. 「져야 할 때를 알아 그제서야 세상의 꽃은 꽃답고 사람은 사람다워라」
400년전 도요토미 히데요시(豊臣秀吉) 사후 도쿠가와 이에야스(德川家康)와 도요토미계의 이시다 미쓰나리(石田三成)가 천하를 다툰 세키가와라(關0原) 전투에 앞서 이시다는 세이탈을 막기 위해 다이묘 가족을 인질로 잡으려 했다. 이때 다이묘 다다오키(忠興)의 부인 가르시아는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이시다의 패배를 예견, 남편의 갈길에 방해가 되지 않으려는 꾀였다. 다다오키는 이런 죽음의 내조로 도쿠가와편에서 공을 세우고 영지를 더욱 넓혔다.
호소카와 전총리는 이런 옛일을 더듬어 자신이 탄생시킨 민주당의 튼튼한 자리매김을 위해 몸을 던진 것일까. 경제위기 회복을 늦추는 정치적 걸림돌이 돼 있으면서도 버티기만을 고집하는 「노추(老醜)」들과는 너무 다르다.<도쿄=황영식 특파원>도쿄=황영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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