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 신록이 무성한 가운데 「가정의 달」 5월을 맞는다. 어린이 날과 어버이 날, 스승의 날, 성년의 날 등이 이어지는 이달에는 온가족이 참여할 수 있는 다채로운 행사들이 풍성하게 마련되어 있다. 떨어져 있는 가족이나 스승의 안부에 관심을 갖고, 또 가족 나들이로 각종 문화행사와 자연을 찾으며 변함없는 사랑과 유대를 다지는 달이다.그러나 국제통화기금(IMF)체제 이후 처음 맞는 올 「가정의 달」은 예년과 같지 않다. 경제난이 가혹할수록 개인 삶의 기본단위이자 최후의 안식처가 되는 가정의 의미가 각별해지지만, 우리가 관심을 갖고 살펴봐야 할 부분도 더 많아졌다. IMF 체제에 적응하기 위한 전사회적 구조조정의 물결 속에 소외되는 개인과 가정이 무섭게 늘고 있는 것이다.
구조조정의 결과로 지난 3월까지 실직자가 200만명에 육박하고 있으며, 실직과 생활고로 인한 자살이 하루 30명에 이른다는 비극적 통계도 나왔다. 얼마전에는 형편이 어려운 가정의 여중생 4명이 집단 동반자살하는 참극도 있었다. 실업의 고통은 가출로 이어져 지난해까지 1,000여명이던 노숙자가 4월에는 4,000명으로 늘어났다. 조사에 따르면 서울역 노숙자의 절반 이상이 고졸이상의 고학력자이며 63%가 기혼자로 밝혀져 더욱 가슴을 아프게 하고 있다.
그러나 서둘러 마련된 실업자 대책은 행정부처 간에 손발이 맞지 않아 대부분 아직까지 겉돌고 있고, 범죄는 50%나 급증해서 사회를 한층 불안하게 하고 있다. 경제난으로 젊은 인력에게 작은 일거리나마 빼앗긴 노인들이 거리로 나오고, 근년 들어 감소추세를 보이던 복지시설의 아동수도 최근 들어 급격히 늘고 있다. 가정상담기관에 따르면 근래 가정 내부의 누적된 불화가 터져나와 무조건 이혼하겠다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서울 강동구의 경우는 지난 1∼2월의 이혼신고가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50%나 늘어 가족해체 현상이 눈에 띄게 나타나고 있다.
경제가 어려워지면 가족 간에도 상처를 주고 받기 쉽다. 지난 20∼30년간 산업화 과정을 거치면서 급격히 핵가족화한 우리 가족제도는 경제가 곤두박질치면서 최대의 위기를 맞고 있다. 일시적 위기를 넘기지 못해 설령 이혼한다고 하더라도 역시 중요한 것이 가족관계이다.
경제가 어려울수록 가족간에 사정을 이해하려고 노력해야 한다. 힘들어 하는 가장과 주부를 서로 격려하고 배려하며, 자녀들에게는 희망과 용기를 잃지않도록 보살피는 자상함이 긴요하다. 가족을 잇는 사랑의 끈을 보다 튼튼히 하고, 마지막 보루인 가정의 소중함을 되새기는 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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